정부가 22일 새로운 바이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허가ㆍ심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바이오헬스 사업 혁신전략을 발표하자 보건의료ㆍ시민사회단체 등에선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따른 ‘제2의 인보사’ 사태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개방해 활용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침해의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준현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이날 “정부의 바이오헬스 사업 혁신전략은 연구개발(R&D)확대, 인허가 기간 단축,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등 관련 업계에 주는 ‘종합선물세트’나 다름없다”면서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산업적 관점보다는 국민들에게 제때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직결된 부분을 산업육성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 대해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허가 받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난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태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소재 규명이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의약품ㆍ의료기기 인허가 기간을 줄이겠다는 발표는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법 제정을 추진 중인 첨단재생의료 및 바이오의약품법(첨단바이오법)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해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지만 보건의료ㆍ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인보사 사태의 원인은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바이오제약 분야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핵심”이라면서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첨단바이오법에선 임상 1상에서 유효성이 검증되면 조건부 허가를 내주도록 돼있는 등 오히려 허가 단계에서 인보사와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100만명 규모의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및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등의 의료 빅데이터를 가명처리 후 개방ㆍ활용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비식별화된 가명 정보라 하더라도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준현 정책위원장은 “주민등록 등 정부가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가진 상황에서 개인 의료정보가 다른 정보와 결합되면 특정인의 정보 유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국내 승인이 미뤄지는 동안 마냥 기다리거나 관련 치료가 가능한 해외로 원정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일부 희귀ㆍ난치병 환자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관련 절차 단축 및 첨단바이오법의 통과를 촉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자는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께 줄기세포 치료를 해드릴 수 있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조속히 관련 대책이 시행돼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갖게 해달라”고 썼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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