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의 온전한 시행과 대학 해고 강사의 복직 촉구 집회’가 11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교육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연합뉴스

강사법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개정된 강사법이 선의의 개정 취지에 맞는 결과를 가져올지 아닐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강사법이 대학 문화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강사법 시행이 기대되는 이유는 7년간 미뤄온 난제를 대학ㆍ강사ㆍ국회ㆍ정부가 협의의 과정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는데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책수립과정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해결방식이었다. 대학ㆍ강사ㆍ정부가 당초의 합의 정신을 유지해 나간다면 이러한 방식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제도보다 우리 고등교육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강사 공개채용은 사실상 대학 인력구성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에서 강사의 임용은 전임교수의 학기 단위 지명 또는 추천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학과 행정 여건이나 필요에 의해 학기별로 강사가 임용되다 보니 해당 학기에 강사추천을 받은 강사도, 또 강사추천을 받지 못한 강사도 그 기준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개채용제도는 합리적인 기준으로 대학에 필요한 강사를 채용함은 물론, 임용되지 못한 강사에게도 다음 번 임용에 도전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준다. 학생들의 교육 수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강사가 임용되고, 강사 스스로 임용 기준을 넘기 위해 노력한다면 우리 고등교육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한편 새로운 강사제도가 대학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정부의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재정문제의 경우, 대학들이 이미 등록금 동결,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늘어난 강사의 고용비용을 오롯이 대학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에서 확보한 방학 기간 중 임금 예산 외에도 강사 퇴직금, 주당 6시간 강의 제한으로 인한 강사료 축소 문제 등 현장에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챙겨야 한다. 현장에서 왜 자꾸만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대하여 으레 나오는 앓는 소리로 취급하기 전에 한 번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학문후속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세심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강사는 교원이자 학문후속세대이다. 학문후속세대들이 가진 커리어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맞춤형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공개 임용한 강사의 재임용절차를 3년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은 이제 막 강의 경력을 쌓기 시작하는 신규 박사들에게는 고용 기회를 위축시키는 상황이 될 수 있다. 학문후속세대들이 경쟁에 밀려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교육ㆍ연구의 기회를 별도로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강사제도 매뉴얼 시안에 담긴 학문후속세대 임용할당제는 탁월한 대안이다. 또한 갑작스럽게 학생들의 수요가 발생한 융합 강좌 등에 대해서 강사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더욱 잘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적극 보완해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대학 내 교수학습개발센터 등 교육 관련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강의 전문성을 쌓고자 하는 비전업 시간강사들에 대한 고려 등 학문 후속세대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보다 나은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통로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하나의 제도가 사회에 포용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협의와 헌신, 그리고 이를 둘러싼 문화의 도움이 필요하다. 강사법은 7년동안 4차례에 걸쳐 시행이 유예되면서 합의의 과정을 거쳐 왔다. 지금까지 협의의 과정을 거쳐 온 강사법이 올 8월 대학 사회에 포용되기 위해서는 강사, 대학, 정부 등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이해와 협력을 통한 헌신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강사제도의 도입에서 보여준 합의정신이 하나의 대학문화로 자리잡는다면 강사법 이후의 대학가는 분명히 새로울 것이다.

송해덕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