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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일가족 참사는 동반자살 아닌 가족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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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일가족 참사는 동반자살 아닌 가족살인”

입력
2019.05.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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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정 교수 “부모가 아이 생명 빼앗을 권리 없어, 대책 마련 시급” 

 

[저작권 한국일보]의정부 일가족의 비극.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의정부 일가족의 비극. 박구원 기자

의정부 일가족 참사는 동반자살이 아니라 가족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 안전망 구축과 처벌 강화, 인식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 “지금 우리가 동반자살 이야기를 하는데 용어 자체가 굉장히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딸도 독립적인 인격체인데 그 생명권을 아버지가 마음대로 결정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살인죄가 적용될 만큼 심각한 범죄”라고도 했다.

이달 5일에는 어린 자녀 2명을 포함한 일가족 4명이 경기 시흥의 외딴 농로에 세워진 렌터카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튿날에는 부산 사하구의 한 도로에 주차한 차 안에서 장애인 아들을 흉기로 찌르고 농약을 마신 아버지가 경찰에 검거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교수는 “최근 4~5년 사이 가족 동반자살로 추정되는 사건들이 많이 늘었고, 그 중 (가해자가) 생존을 하면 살인죄가 적용되는데 그런 가족 살인이 2017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살인죄의 34%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가해자까지 모두 사망한 경우를 합치면 실제 가족 살인 수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극단적인 아동학대’, ‘동반자살이 아닌 타살’ 등 지적이 쏟아졌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못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아이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부모가 아이들의 생명과 미래까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과장된 인식을 바꾸는 교육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아동 복지와 연관된 것들은 전 국민이 괜찮다, 안심해도 된다는 의식을 가질 만큼 수준을 현저히 끌어올려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일 발생한 의정부 일가족 참사는 아버지가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아버지의 시신에서 주저흔(자해를 망설여 생긴 상처)과 딸 시신에서 방어흔(공격을 막다가 생긴 상처)을 발견했다. 이날 새벽 4시까지 숙제를 하다가 오전 11시30분쯤 일어나 아버지, 어머니, 누나가 방에 사망한 채 누워있는 것을 발견해 119에 신고한 중학생 아들은 “전날 밤 부모님과 누나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비관적인 대화를 나눴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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