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 사측 신규 수출물량 확보 계획 물거품 
르노삼성차 노사가 임단협에 잠정 합의한 지난 16일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사측과 잠정 합의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안에 대해 21일 찬반 투표를 벌였지만 부결됐다. 임단협 타결을 발판으로 신규 수출 물량을 확보해 경영 정상화를 꾀한다는 사측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르노삼성차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노사가 11개월 넘게 시간을 들여 어렵게 만들어낸 잠정 합의안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노조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조합원 2,200여명을 대상으로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대한 투표를 벌였으나, 찬성 47.8%, 반대 51.8%로 부결됐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부산공장 생산 노조원들은 찬성표를 많이 던졌지만, 전국에 산재한 영업부문 노조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며 “르노삼성차의 주요 문제는 부산공장 정상 가동에 대한 것이었는데, 생산 노조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완전히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산공장에서는 찬성이 52.2%로 우세했지만, 영업부 쪽에서는 반대가 65.6%로 압도적이었다. 사측은 “영업부문 노조원들이 현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 같다”며 “현재 상황으로서는 향후 임단협 일정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 16일 40시간이 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잠정 합의안은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만든 안이었다. 노조는 그간 기본급 인상과 시간당 생산량 감축 등을 포함한 근무강도 개선을 요구해왔고, 사측은 부산공장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본급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서왔다.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보상금 100만원 지급, 성과 보상금 총 1,076만원 지급, 근무 강도 개선 위한 60명 인력 채용 등이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잠정 합의안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노조가 이를 부결시키면서 지난 11개월 간 이어진 협상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잠정 합의안 부결로 르노삼성차는 자칫 잘못하다간 향후 회생 불가능한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공장 연간 생산 물량(약 20만대)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는 당장 올 9월부터 위탁 생산이 종료된다. 때문에 사측은 서둘러 임단협 타결을 마무리 짓고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신형 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CUV) ‘XM3’의 수출 물량을 르노 본사로부터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번 잠정 합의안 부결로 노사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XM3 물량 확보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현재 XM3 수출 물량 생산공장의 대안으로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 등이 언급되고 있다.

내수 확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르노삼성차의 내수 비중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가량인 11만대 수준이다. 그런데 올 1월부터 4월까지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한 2만2,812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 가운데 최하위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판매량 5만대를 채우기도 어려울 수 있다. 르노삼성차의 잦은 파업으로 정밀한 생산작업이 필요한 차량의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고개를 돌린 결과다.

이번 잠정 합의안 투표는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성격이 컸다. 이에 따라 향후 노조 집행부가 전면 파업 등 강경 노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노조의 추가 파업 등으로 부산공장 가동률이 곤두박질 칠 경우 공장 가동 중단(셧다운)은 물론 강제적인 인력 조정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생산물량 축소, 공장가동률 하락, 인력 축소라는 악순환이 발생하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룹 내 핵심 연구개발 자원으로 꼽히는 국내 연구소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의 역량을 바탕으로 수출 확대 등 장기 생존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르노삼성차는 최근 그룹 내 소속 지역본부를 ‘아시아 태평양’에서 ‘아프리카-중동-인도-태평양’으로 변경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으로 수출 다변화 전략을 꾀하려 했지만, 당장의 생산 절벽 현실을 벗어나기조차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차가 역대 최대 위기에 몰렸다”며 “대내ㆍ외 신뢰도 하락 등에 따라 르노삼성차 판매량이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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