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설사·호흡곤란·손목터널증후군이 주증상
국내 환자 200명도 안되지만 12년 뒤 사망
변비, 설사, 급격한 체중변화, 호흡곤란, 손목터널증후군 등 별 관련 없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대부분 별다른 병이 아니다. 하지만 극히 희귀한 질환일지도 모른다. 바로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hATTR-PN)’이다.
hATTR-PN은 몸 속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이 유전자 변이돼 독성이 생겨 발병한다. 독성을 가진 변형 단백질이 말초신경계, 심장, 소화기관 등에 쌓여 영향을 미친다. 초기에는 다리 신경에 통증과 마비 등이 생기고 점차 심장, 콩팥, 눈에도 합병증이 나타난다. 국내 환자는 200명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극희귀질환이다.
hATTR-PN은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3~6년 뒤에는 걷기 힘들어 지팡이가 필요하고, 5~9년 안에는 걷지도 못하게 된다. 말기에는 근육이 약화되고 방광, 창자 등 자율신경기능을 못해 입원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난 후 평균 7~12년 뒤에 사망한다.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원 상태로 회복하지 않기에 조기 진단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치료제로는 2015년 4월 허가 받은 화이자제약의 ‘빈다켈’밖에 없다. 임상 결과, 빈다켈은 hATTR-PN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단백질(트랜스티레틴)을 98% 안정화시켜 위약(0%) 대비 질환 진행 시 효과를 입증했다. 빈다켈을 복용한 환자의 삶의 질도 개선됐다.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거의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한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원인 모를 증상이 계속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병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병은 환자의 자녀 중 절반 정도가 유전되며 성장한 뒤 증상이 나타난다. 신진홍 양산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hATTR-PN 환자가 발견되면 가족들도 필요에 따라 상담을 받고 유전자 검사하길 권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올 1월부터 87개 극희귀질환 진단을 위해 유전자검사를 지원하고 있지만 hATTR-PN 질환은 빠져 있다.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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