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한국행 비자(사증) 수요에 보다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시에 설치된 비자신청센터가 본격 운영에 들어갔지만, ‘빛 좋은 개살구’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접수창구 확대로 비자신청서 접수능력은 대폭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비자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21일 호찌민 총영사관에 따르면 시내 비엣콤뱅크 타워 16층에 자리 잡은 비자신청센터는 이달 초 운영에 들어갔다. 고급 오피스 빌딩에 들어선 센터는 1,170㎡ 면적에 대형 대기실과 15개의 접수 창구를 갖추고 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접수 처리 능력이 10배 가량 늘면서 번호표를 뽑고도 서류접수까지 며칠씩 걸리던 게 2시간으로 단축됐다”며 “영사관 앞에서 보던 긴 줄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말했다. 접수대행을 맡은 하나투어는 접수대행 명목으로 1건당 39만동(약 2만원)을 받고 있지만 민원인들은 쾌적한 시설과 대폭 줄어든 대기 시간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비자를 교부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현재 법무부 지정 여행사를 통해 비자신청서를 접수할 경우 통상 7일이 소요되며, 친척초청 비자, 개인 비자 신청 등은 10~15일이 걸린다. 이복행 법무 영사는 “잠재적 불법체류자를 걸러내는 데 필요한 심사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으로 더 이상의 단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곳엔 현재 비자영사 1명에 보조업무인력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2013년 비자 발급 건수가 3만건이 때도 영사 1명에 보조인력 12명이 근무를 했다”며 “지난해 비자 처리 건수가 18만명으로 6배 늘었지만, 인력은 오히려 영사 1명에 보조인력 9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비자 신청 건수는 작년 12월 3일부터 하노이, 다낭, 호찌민시 등 대도시 주민에게 5년간 최장 30일씩 자유롭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복수비자를 발급하면서 20% 이상 늘었다. 하지만 인력은 보충되지 않아 애로를 겪고 있다. 하노이 대사관 관계자는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이 그만두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별도 면담을 통해 이들을 붙드는 게 하나의 일로 자리를 잡았을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에는 4월말, 5월초 닷새 연휴를 앞두고 비자 신청이 급증하면서 하노이 대사관의 경우 영사부가 입주한 참빛빌딩 주변에는 거대한 인간 띠가 형성되기도 했다. 몰려든 수 천명의 민원인들이 장사진을 이루면서 같은 빌딩에 입주한 다른 사무실 근무자, 방문객들의 민원 등 직원들도 이중고를 겪었다.
앞서 지난 16일 하노이 한국비자신청센터가 디스커버리 빌딩 12층에서 개소식을 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으며, 17일에는 호찌민 한국비자신청센터가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하노이ㆍ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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