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취임 첫 간담회… 레이건 발언 인용하며 퍼주기 여론 반박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1일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대북) 인도적 지원은 인도주의라는 원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AW컨벤션센터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통일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통일부가 당면한 현안은 인도적 지원에 관한 것”이라며 “(인도적 지원은) 정치와 분리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이고, 정부도 인도주의에 따른 기본 원칙을 갖고 (대북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이 정치적 이유로 에티오피아에 식량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발언이 국제사회의 보편적 합의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했다’는 배경설명도 곁들였다.
이러한 발언은 식량지원이 ‘퍼주기’라는 식의 부정적인 여론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한편,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남북관계 진전 또는 북미 협상 재개와 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해석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에도 ‘인도적 지원 단체의 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 포함돼있다”고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인도적 지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실무적으로 저희들이 검토해야 할 것들을 준비해나가는 국면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식량지원을 위한 남북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논의가 “소강 국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한미가) 협상 재개를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도 동시에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는 한미 양국이 일종의 상황 관리 필요성에 공감을 하고 있으며, 협상 재개를 위해 다양한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날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협상은 다 때가 있다. 서두를 때도 있고, 기다릴 때도 있다. 지금은 인내심을 갖고 내부적으로 상황 관리를 하면서 준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자산점검 목적 방북에 대한 승인 결정이 한미 간 충분한 협의, 내부 검토를 거쳐 이뤄졌음을 강조하면서 “현재는 (방북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지만 (성사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수석ㆍ보좌관회의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공개 제안한 4차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이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의 목적이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형식적인 측면보다는 실질적인 측면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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