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파리서 한일 외교장관회담… 중재위 개최 문제 등 협의
강경화(맨 오른쪽)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맨 왼쪽) 일본 외무장관이 2월 1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장관을 만나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뒤 악화한 한일관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등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 정부가 바라는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미끼로 징용 대책 마련에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일본 측이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강 장관이 22~23일(현지시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디지털의 이용’이라는 주제로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례 각료이사회에 한국 정부 수석 대표로 참석한다고 21일 밝혔다. 강 장관은 이번 행사 참석을 계기로 일본ㆍ페루와 외교장관 회담을, 프랑스와는 제3차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할 예정이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강제징용 판결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두 장관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주요 관심사는 징용 판결 관련 중재위원회 개최 요청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다. 20일 일본 외무성은 자국 기업에 배상하라고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 문제를 제3국 위원을 포함한 중재위를 열어 해결하자고 요청했고, 외교부는 “제반 요소를 감안해 신중히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요청한 중재위 구성은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의 분쟁 해결 절차에 따른 것이다. 협정 제3조는 협정과 관련한 양국 간 분쟁이 외교 협의를 통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제3국 인원을 포함한 중재위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했다. 1월 9일 외교 협의를 요청한 뒤 4개월이 훌쩍 지나도 한국이 반응하지 않자 일본이 2단계 조치에 나선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중재위가 가동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외교가 중론이다. 양측이 합의해야 제3국 중재위원 지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교 협의 가능성도 사라진 게 아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1월 일본 측 조치(외교 협의 요청)에 대해서도 여전히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국이 원하는 건 다음 달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다. 이 문제 역시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의제에 포함될 게 분명하다. 고노 장관이 이날 외무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부를 대표해 제대로 책임을 갖고 대응해 주길 바란다. 국내적으로 대응책 검토에 한계가 있다면 중재위에 응할 수밖에 없고 필요하다면 국제사법의 장에서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고 압박한 것도 이런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청구권 협정에 따르면 중재위 요청은 상대국에 접수된 뒤 30일 이내 양국이 중재위원을 선임함으로써 설치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내달 18일까지 한국 정부가 위원 선임을 하지 않는다면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어렵다는 의사를 일본 측이 전달할 가능성도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