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학생 아들 심리상담ㆍ경제지원 강구하기로

경기 의정부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은 경제적 이유로 남편이 자녀와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주변 증언 등에 따르면 숨진 부부의 평소 금슬이 좋았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소중한 가족 모두를 잃은 채 홀로 남겨진 어린 중학생에 대한 배려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21일 “숨진 가족 중 남편이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외부 침입 흔적이 없었고, 가족들이 밤새 채무 문제로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는 아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런 추정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도 남편 A(50)씨 시신에서 자해 전 망설인 흔적인 ‘주저흔’이, 고등학생 딸에게서는 흉기를 막을 때 생기는 ‘방어흔’이 확인됐다. 다만 아내 B(46)씨의 시신에서는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전날 오전 11시 30분쯤 이 아파트 8층 집의 같은 방 안에서 A씨 등 일가족이 숨져 있는 것을 중학생인 아들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숨진 3명 모두 목 부위 등에 흉기에 찔린 상처가 나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주변 사람들에게 금슬 좋은 부부로 기억되고 있었다. A씨가 사는 아파트 인근의 한 상점 관계자는 “부부 모두 밝은 성격이었고, 평소 사이가 좋았다”고 전했다. 아들도 경찰에 “부모님들이 다투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박구원 기자

이런 부부의 모습은 경찰이 확인한 아파트 폐쇄회로(CC)TV에서도 담겼다. CCTV에는 사고 전날인 19일 오후 4시쯤 부부가 함께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당시 남편은 비가 오는 상황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부인의 직장까지 차를 몰고 가 부인을 집으로 데려왔다. 숨지기 직전까지도 부인을 곁에서 챙긴 것이다. 그는 평소에도 차량을 이용해 아내의 출퇴근을 도왔다.

숨진 고등학생 딸도 평소 밝은 성격으로 학교생활에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모여 과제를 함께 할 정도로 교우관계도 원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순간 가족 모두를 잃은 아들의 사연은 슬픔의 무게를 더하고 있다. 경찰은 나이 어린 아들이 가족의 죽음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상태인 점을 고려, 사건조사와 함께 심리 상담과 경제적 지원 등을 강구하고 있다.

사건 경위 파악이 나선 경찰은 A씨가 억대의 채무에 고민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7년 전부터 인근 포천에서 목공예점을 운영했으나 운영난이 겹쳐 최근 점포 문을 닫았다. 이후 1년 가까이 재취업에 실패해면서 가족 모두가 경제적 어려움을 처했다.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직장에 나가 생계를 꾸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채권 추심 여부까지 확인은 안됐지만, 부부가 상당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다툼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부검과 현장 조사를 통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경위를 밝힐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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