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업자 3만명대 늘었지만, 20대 취준생도 5만4000명 증가
“가장 힘든 세대인 청년 세대의 취업자와 고용률이 개선되고 있다.”(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
“청년층 고용상태는 좋다고 평가해도 좋다.”(통계청)
최근 정부가 청년 고용이 나아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연일 내보내고 있다. 실제 정부 공언대로 20대(20~29세) 취업자 증가 숫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3만명대를 이어가고 있고, 이들 중 상당수가 보건ㆍ복지, 정보통신 등 민간 분야에 취업하고 있어 일자리 질(質)도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실업자’인 20대 취업준비생 규모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고용 개선을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ITㆍ병원 중심 20대 일자리↑
한국일보가 21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원자료(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20대 취업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만5,000명 늘었다. 30~40대를 중심으로 일자리 참사가 발생했던 작년에도 3만9,000명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증가세가 지속되는 셈이다. 특히 1~4월 20대 인구증가(+4만2,000명) 요인을 제외한 고용률(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약 0.2%포인트(57.3→57.5%) 상승했다.
늘어난 일자리의 질도 나쁘지 않다. 이 기간 보건ㆍ복지(+3만5,000명, 병원ㆍ의료기관 등) 정보통신(+1만7,000명, IT스타트업ㆍ게임ㆍ통신사 등) 전문ㆍ과학기술(+1만7,000명, 연구소ㆍ컨설팅 등) 등에서 상용직(계약 1년 이상)을 중심으로 20대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특히 지난달 발표된 ‘2018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원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20대 취업자는 △병원(+1만9,000명) △소프트웨어 개발(+1만2,000명) △컨설팅(+3,400명) 등 민간 분야에서 전년보다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병원 간호사, 사회복지시설, 모바일 앱 제작자 등의 증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령화,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에 따라 보건ㆍ복지와 정보통신 등에서 꾸준히 인력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같은 정책 효과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구직 어려운 취준생도 같이 늘어
하지만 20대에서 취업자만 늘어난 게 아니다.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취업준비생도 같이 늘고 있다. 1~4월 20대 비(非)경제활동인구(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자) 중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유로 ‘취업준비를 위해 학원 등에 다녔다’, ‘취업을 준비했다’고 답한 사람(52만8,000명)은 1년 전보다 5만4,000명 증가했다. 작년(+1만9,000명)보다 증가폭이 훨씬 커졌다.
‘그냥 쉬었다’고 답한 20대(32만3,000명)도 4만2,000명 늘었다. 일할 의사가 있음에도 구직을 포기한 20대 구직단념자도 3,500명(20만→20만3,500명) 증가했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으며 어학점수 등 스펙쌓기에 전념하는 청년이 여전히 많은 셈이다.
특히 그나마 일자리를 얻은 20대 가운데 ‘추가 취업가능자’가 3만명(6만8,000→9만8,000명) 급증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기업 등의 일자리를 찾는 20대가 늘었다는 의미다. 또 20대 대졸(전문대 제외) 취업자가 3만6,000명 늘어난 반면, 고졸(+3,300명) 중졸(-2,400명)은 부진하다.
임용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20대 고용 개선 기미는 보이지만, 강도가 아직은 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엄상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고용률로는) 20대 고용 상황이 좋아지고는 있는데, 추가 분석을 해보면 아직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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