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등 3곳 성적표 발표… “계열사 경영평가 지표에 반영”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티맵은 2016년 안전운전습관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전자의 운행습관을 분석해 점수(100점 만점)를 매기는 것인데, 평소 과속, 급가속, 급감속 등을 하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안전운전을 통해 이 점수를 높인 운전자들은 보험사들이 정한 기준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SK텔레콤이 분석한 결과 안전운전습관 서비스를 사용하는 운전자의 평균 사고율(4.91%)은 그렇지 않은 운전자의 사고율(5.81%)보다 낮았다. 단순하게 길을 안내해줬던 내비게이션에 안전운전습관을 측정하는 프로그램을 장착해 교통사고 발생을 줄인 것이다.
SK는 이를 구체적인 사회적 가치로 수치화했다.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줄어든 자동차 사고율(0.9%포인트)에 서비스 가입자 수(58만명)와 교통사고 피해 평균 처리비용(930만원)을 곱했더니 487억원이 나왔다. 결국 이 서비스가 절감한 487억원의 비용이 사회적 가치로 창출된 것이다. 이준호 SK텔레콤 사회적 가치(SVㆍSocial Value) 추진그룹 상무는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유도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구체적인 화폐 단위로 측정하는 공식을 처음으로 만들어 작년 한해 동안 그룹 주요 관계사들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SK그룹은 계열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해 올해부터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50%의 비중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를 열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창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이윤)와 함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른 것이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고용ㆍ납세 등 기업활동에 따른 경제간접 기여성과 △제품ㆍ서비스의 개발부터 판매까지 이뤄지는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미친 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사회 등에 사회공헌으로 창출한 사회공헌 사회성과 부문으로 나눠 평가했다. SK그룹은 “측정할 수 없는 건 관리하기 어렵다”는 최 회장의 의지에 따라 2017년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를 개발했다. 이른바 ‘최의 공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최의 공식’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만든 사회적 가치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2,000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으로 추산됐다. SK이노베이션의 제품인 가벼운 고결정성 플라스틱이 적용된 자동차는 무게가 이전보다 10㎏ 줄어 연비가 2.8% 개선됐고, 그로 인해 이산화탄소 발생이 4.5% 감소해 45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게 SK그룹의 설명이다. 일반 아스팔트보다 30~40도 낮은 온도로 시공할 수 있는 프리미엄 아스팔트도 유해물질 발생을 30% 줄여 사회적 가치 7억원을 만들어냈다. 반면 석유제품 공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우리 사회에 악영향(–1조4,276억원 규모)을 끼친 것으로 평가돼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경제간접 기여성과가 9조9,000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760억원으로 추산됐으나,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4,563억원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과 마찬가지로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 문제 때문이었다.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측정됐다.
사회적 가치의 일부 부문에서 마이너스 성과가 나오자 그룹 내부에선 “전년 대비 향상도를 발표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최 회장이 “첫 출발이니 현재 상태를 잘 했다고 내세우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자”고 촉구하면서 논란이 마무리됐다고 SK그룹은 설명했다. SK그룹은 올해 안에 이들 3개 회사 외에 13개 주요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도 측정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착한 소비로 소비경향이 바뀌고 있는 것처럼 착한 돈을 좇는 사회적 경영은 기업의 가장 좋은 성장 전략”이라며 “이번 측정 체계는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마이너스 요인은 줄여가는 긴 마라톤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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