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1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의 고용 및 영업 실태 분석 자료를 처음 공개했다. 노동부 의뢰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가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공단 내 중소제조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의 각각 20개 안팎 사업체를 집단 심층 면접한 결과에 따르면 도소매ㆍ음식숙박업체 대부분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이나 근로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에서는 사업주 본인이나 가족 노동이 확대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부정적 영향을 인정하며 “안타깝다”고 유감까지 밝힌 터이니 그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고용부가 여론 수렴을 위해 마련한 최저임금 영향분석 토론회에서 이를 공개ᆞ확인한 의미는 적지 않다. 올해 10.9%, 지난해 16.4% 등 2년 연속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은 현 최저임금 결정 체계 도입 이후 전례 없는 인상폭이었다. 영세자영업의 곤경은 업종 내 경쟁 심화나 경영환경 변화에 경기 악화의 영향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이었다는 사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인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경영계 일부가 주장하듯 무작정 최저임금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서도 곤란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고용정보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대표적인 불평등지표인 지니계수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임금 10분위ㆍ5분위 분배율, 저임금 노동자 비율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최저임금 인상이 임금 불평등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결정체계 개편 혼선으로 위원장을 포함한 기존 공익위원 전원이 사퇴해 새로 위원회를 꾸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르면 6월 초 출범할 새 최임위가 이번 조사 결과 등을 유념해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면서 급격한 인상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적정한 선의 인상률을 제시해주기 바란다. 더불어 최저임금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청와대나 여당에서 적정 인상률이나 동결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최임위 독립성을 훼손하고 노동계 등과의 불필요한 갈등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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