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엠넷아시안뮤직어워드에서 일본 여성팬들이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CJ ENM 제공

언어는 문화와 함께 움직인다. 새로운 문화가 생겨나면 그것을 지칭하는 말이 생기고 그 말은 생명력을 얻어 널리 퍼지게 된다. 언어와 문화가 퍼져나가는 데에는 경계가 없어서, 우리에게 없는 외국의 것이 들어와 정착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한류 붐이 불면서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나라의 문화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그 내용을 실어 나르는 언어를 접하는 빈도 역시 높아진다는 의미도 된다. 중국에서 한창 우리 드라마의 인기가 높았던 2014년경에는 중국 팬들 사이에서 우리의 호칭인 ‘오빠’를 중국식으로 표기한 ‘오우바(歐巴)’라는 말을 쓰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오빠’라는 말이 팬들에게 익숙해지면서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처럼 잘생기고 멋진 남자를 부를 때 ‘오빠’라는 말을 쓴 것이다. 여자들끼리 친한 사이에 ‘언니’라는 호칭을 쓰는 것에도 익숙해져 ‘오우니(欧尼)’라고 쓴 ‘언니’라는 한국어 호칭을 쓰기도 한다고 한다.

케이 팝의 인기가 높은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팬들이 쓰는 표현을 일본 팬들이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 가요 프로그램은 ‘사전 녹화’를 하는 시스템이 많은데, 팬들은 이를 줄여 ‘사녹’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나라 팬 문화를 접한 일본 팬들 역시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노쿠’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돌 그룹 내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멤버를 ‘막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일본·중국·미국 등 외국 팬들 역시 각자 언어에서 가장 가까운 발음으로 ‘막내’라는 말을 그대로 쓴다고 한다. 우리 문화와 함께 우리말이 그대로 들어가 그 나라 안에서 일종의 신조어가 된 셈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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