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어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일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고 경찰 수사까지 의뢰했다. 배달 앱 1위 업체와 소셜커머스 1위 업체가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관련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공정위에 신고한 것은 쿠팡이 준비 중인 배달 앱 ‘쿠팡이츠’가 음식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배달의민족 영업 비밀을 침해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해 2,72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배달 앱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선두 업체다. 자영업자들이 작년 한 해 배달의민족을 통해 기록한 거래액만 5조원에 달한다. 그런데 작년 4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소셜커머스 업계 ‘절대 강자’ 쿠팡이 배달 앱 시장에 뛰어들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쿠팡이츠는 유명 맛집이나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 등의 음식까지 주문 받아 배달해주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배민라이더스’와 비슷한 서비스다.
◇”불공정 행위” vs “정당한 영업”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쿠팡은 배달의민족의 핵심 파트너 음식점 50곳과 접촉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쿠팡 측이 음식점들에게 ‘배달의민족과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수수료 대폭 할인, 수천 만원의 현금보상을 해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이 자사의 매출 최상위 음식점 명단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부당한 방법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반면 쿠팡 측은 계약해지 제안에 대해 “영업 사원의 설명이 과도했던 것 같다. 재발 방지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음식점 명단은 배달의민족에 공개된 주문 수를 바탕으로 만든 자체 자료일 뿐 부당한 방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여러 기업이 경쟁하면 고객 혜택이 늘어날 텐데 점유율 60%가 넘는 사업자가 신규 진입자를 비난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하자 우아한형제들은 “본질을 흐리기 위해 매출이 10배가 넘는 대형 기업이 오히려 약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프리미엄 시장을 잡아라
이번 사건은 ‘프리미엄 배달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달 시장 수요는 치킨이나 분식, 자장면을 주문 중개하는 방식을 넘어 유명 맛집이나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 등 기존엔 배달이 힘들었던 음식까지 서비스하는 ‘프리미엄 배달’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자영업자가 배달 직원을 직접 고용하거나 배달대행 업체와 별도 계약을 해야 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주문부터 배달, 결제까지 한 번에 해결돼 ‘일체형 배달앱’이라고도 불린다. 2017년 한국에 진출한 미국의 우버이츠,배달의민족 안에 ‘앱인앱’형태로 들어 있는 ‘배민라이더스’가 대표적이다.국내 2위 업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도 ‘요기요플러스’와 ‘푸드플라이’를 운영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2015년 6월 서울 강남ㆍ송파ㆍ서초구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라이더스는 현재 서울시 전역과 인천, 부천, 분당, 일산, 수원 등 수도권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지난 달 주문 수도 약 90만 건으로 1년 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쿠팡이츠는 ‘일체형 배달앱’으로 배민라이더스와 사업 영역이 겹친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외식 배달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커 경쟁이 더욱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쿠팡과 배달의민족의 갈등도 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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