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손바닥 외신’은 세계 각국의 관심 가는 소식을 짧고 간결하게 전달합니다. 월~금요일 오후에 만나실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석유부국’의 아이러니… “나흘간 줄 서도 기름 못 넣어”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석유 부국’ 베네수엘라에서 나흘이나 줄을 서도 주유를 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고사 작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경제제재 탓이다.
AP통신은 베네수엘라 제2 도시 마라카이보에서 차량에 기름을 넣으려면 몇 날 며칠을 기다려야 한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24시간 내내 차량 행렬에 갇혀 있는 운전자들이 있는가 하면, 기다림에 지쳐 승용차 후드 위 또는 트럭 짐칸에서 쪽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다. 전염병 전문의사인 욜리 우르다네타는 통신에 “가솔린을 넣기 위해 나흘을 보냈는데도 못 넣었다”고 했다. 지난 16일 마라카이보 상공에서 찍은 위성사진을 보면 주유소 앞에 형성된 차량 행렬의 길이는 1.6㎞에 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미국의 경제제재와 관계가 있다. 카라카스캐피털마켓의 러스 댈런 파트너는 “베네수엘라는 석유 생산에 필요한 희석제 등 핵심 물질을 수입할 돈이 없다”면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기업 PDVSA가 총 생산능력의 10~15%만 생산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 1월 마두로 정부의 자금줄을 끊기 위해 PDVSA의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경제제재 조치를 내렸다.
◇477억짜리 졸업식 축사… “학자금 대출 다 갚아주겠다”
미국의 한 흑인 억만장자가 대학교 졸업과 함께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흑인 청년 수백명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주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다. 그가 약속한 금액은 4,000만달러(약 477억원)에 달한다.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모펀드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F. 스미스는 이날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대학에서 열린 졸업식에 연사로 참석해 “우리 가족은 여러분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의 버스에 연료를 조금 넣어주려는 것”이라며 “나는 여러분이 선행을 계속 이어나가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스미스의 이러한 ‘통 큰 발표’에 졸업생 396명은 “MVP”를 외치며 열광했다.
스미는 그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꺼려 했던 관계로,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 인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설립한 사모펀드 ‘비스타이쿼티파트너스’의 자산 규모는 460억달러(약 54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재산은 44억달러(약 5조2,000억원)로 추정되며, 2015년에는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미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생존자, 숨진 채 발견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주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생존자인 오스틴 유뱅크스가 18일(현지시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항년 37세. 타살로 볼 만한 범죄 흔적은 없었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면서 CNN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유뱅크스는 17세 때였던 1999년, 학교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 당시 도서관에 있다가 총격범에 의해 손과 무릎에 총상을 입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유뱅크스는 “그 사건이 나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고 말한 바 있다. 치료 과정에서 아편 중독에 빠져 버린 것이다. 20대 내내 중독에 시달렸던 그는 이후 다른 중독자들의 재활을 위해 일하기로 결정했으나, 결국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을 맞으면서 그 뜻을 완전히 이루지 못하게 됐다.
유뱅크스의 최근 흔적은 지난 2일 코네티컷주가 아편과 처방약에 대해 개최한 콘퍼런스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남긴 것이었다. 유뱅크스의 가족들은 현지 언론에 “(마약에 시달리는)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열심이었는데 그 싸움에서 진 것”이라며 “유뱅크스의 뜻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