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양국의 연쇄 장관 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22,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31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 외교ㆍ국방장관의 잇따른 회담은 최근 한일 관계 악화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만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회담 내용이지만 이 점에서도 긍정적 조짐이 없지 않다. 일본 방위상이 최근 자신의 지역구 모임에서 “미국, 일본, 한국이 팀을 꾸리지 않으면 국가 안전을 지켜갈 수 없다”며 “여러 문제가 있지만 한국 국방장관과도 만나 원래 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고노 다로 외무장관도 한 강연에서 “정치의 측면에서 한일 관계를 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양국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화해ㆍ치유재단 해산과 징용 배상 문제에 초계기 갈등까지 겹쳐 수교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중 가장 풀기 어려운 것이 자칫 한일 조약의 틀을 흔들 수 있는 징용 배상 문제였다. 하지만 일본기업 자산 매각 청구를 하며 강경했던 국내 피해자 단체가 최근 구체적인 구제 방법을 마련해 양국 정부에 제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용이 변수지만 명분은 살리면서 실리를 구하는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모처럼 조성된 한일 대화 분위기가 과거처럼 등 돌리고 자기 말만 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징용 배상ㆍ위안부 문제의 경우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자세로 어떤 방식의 협력이 가능할지 모색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초계기 갈등은 장관 회담에서 오해를 풀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결실까지 나아가야 한다.
서청원 의원이 이끄는 의원외교포럼 일행이 다음 주 일본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장관 회담에 의원 외교 성과를 더해 6월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는 한일 정상회담까지 성사시켜 냉랭했던 한일 관계를 반전시킬 계기로 삼는 게 바람직하다. 새 일왕 즉위로 일본이 분위기 쇄신을 꾀하는 지금이 양국의 미래지향적 대화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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