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근절 위해 원청 책임 강화 촉구
민주노총이 지난달 22일 정부가 입법예고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을 약속 파기로 간주하고 열흘간의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해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안 전면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은 산안법 하위법령(시행령ㆍ시행규칙) 전면 개정으로 위험의 외주화 방지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월 일명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안법이 28년 만에 개정된 후 정부가 후속조치 차원에서 마련한 시행령ㆍ시행규칙 개정안이 당초 약속한 수준에서 크게 후퇴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우선 민주노총은 원청(도급인)이 정부의 승인을 받아 사내도급을 해야 하는 ‘도급승인’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도급승인을 받아야 하는 작업은 ‘농도 1% 이상의 황산ㆍ불산ㆍ질산ㆍ염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ㆍ분해ㆍ해체ㆍ철거하는 작업’으로 한정된다. 지난해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의 업무였던 전기사업설비의 운전, 설비의 점검정비 등은 도급승인 대상에서 제외된다. 2016년 5월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하청업체 노동자 김군의 업무였던 철도 점검ㆍ설비 보수 작업도 해당 사항이 없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산안법도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으로 지탄 받는데 하위법령의 도급승인 대상에 ‘구의역 김군’과 김용균은 포함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산안법 개정안에는 원청업체가 건설현장에서 임대로 사용하는 건설기계ㆍ기구 안전에 대해서도 책임지는 조항이 신설됐지만, 적용 범위는 27개 건설기계 중 타워크레인ㆍ건설용 리프트ㆍ항타기(말뚝을 땅에 박는 장비)ㆍ항발기(말뚝을 빼내는 장비) 4개뿐이다. 민주노총은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덤프트럭, 굴삭기, 이동식 크레인 등을 포함해 전체 건설기계에 대해서도 원청업체가 안전보건조치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는 29일까지 열흘간 산별노조 단위로 농성을 이어가고, 산안법 하위법령 개정 관련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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