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청소(Ethnic Cleansing)’는 세르보-크로아트어 ‘etnicko ciscenje’를 영어로 옮긴 말이다. 1990년대 유고 보스니아 내전 당시 현지 언론이 쓰기 시작하면서, 특히 전후 구 유고국제재판소 전범재판을 거치며 널리 쓰이게 됐다. 국제법이 전쟁 범죄의 독립적 항목으로 인종청소를 규정한 바는 없다.
앞서 유엔 전문가위원회는 유고 내전 중간 보고서에서 “특정 지역을 무력을 통해 민족적으로 동질화하거나 타 민족을 강제로 제거하는 행위”로서의 인종청소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고, 94년 최종 보고서에서 인종청소를 “폭력과 공포 수단을 동원하여 특정 지역에서 민족적 종교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을 제거하려는 의도의 정책 일반”이라고 규정했다. 위원회가 예로 든 인종청소의 수단과 양상은 살인 고문 강간 등 성폭력을 비롯해 무척 광범위해서 강제구금과 게토 운영, 초법적 법 집행, 인간 방패와 민간인 거주지역 폭격 등 파괴행위를 포괄한다. 유엔은 민간 지역 인프라 파괴를 전쟁의 부수적 피해가 아니라 조기 군사적 항복을 얻기 위해 비전투원을 내쫓거나 멸절시키려는 신중한 공격의 하나로 규정했다.
인종청소와 제노사이드는 가해집단의 목적 및 의도의 차이로 나뉜다. 인종청소가 제한적 지역에서 특정 민족ㆍ집단을 멸절ㆍ배제하는 것이 목적인 반면, 제노사이드는 2차대전 나치의 유대인에 대한 홀로코스트처럼 보다 포괄적인 민족ㆍ종교 집단 멸절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둘을 구체적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고, 사실 무의미할 때가 많다. 나치의 동유럽 홀로코스트도 원래 목적은 게르만의 안정적인 ‘삶의 공간(Lebensraum)’ 확보였다. 르완다 내전이나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을 어떻게 규정하듯, 그것들의 양상이 더 혹은 덜 끔찍해지는 것도 아니다. 인종청소는 제노사이드와 더불어 호모사피엔스 종이 스스로 과장되게 미화한 종의 가치와 특성, 이른바 문명의 본질, 그리고 인류가 공유한다고 여기는 휴머니즘의 덕성을 의심하게 하는 근원적 사건이다. 그 의심은 누군가의 말처럼 신을 앞세워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인권이라는 것이 과분하다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1992년 5월 24일 세르비아 군이 보스니아 코자라크(Kozarac)에 진주, 인종청소라고 불리는 온갖 행위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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