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의 생물 분류법에 따르면 인간은 동물계(界ㆍKingdom)- 척삭동물문(門ㆍDivision)- 포유강(綱ㆍClass)- 영장목(目ㆍOrder)- 사람속(屬ㆍGenus)- 사피엔스종(種ㆍSpecies)이다. 목과 속 사이에 이후 추가된 과(科ㆍFamily) 분류상 인간은 고릴라 오랑우탄 침팬지 등과 함께 사람과(Hominidae)에 속하고, 린네가 무시했던 균류 및 세균류 등을 포괄한 최상위 분류인 역(域)ㆍDomain) 범주에서는 진핵생물역에 든다.
현미경이 갓 등장한 18세기 세계에서 린네가 기획하고 구획한 생물 분류는, 세월과 더불어 수정ㆍ보완돼 온 적잖은 오류와 허점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지구 생명체의 진화ㆍ계통상의 좌표를 제공해 왔다. 물론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의 분류들이 있긴 했지만 린네 덕에 인류는 중세 이래 부동의 진리로 자리잡아온 인간-비인간의 이분법, 다시 말해 신의 직계로서의 인간이 지닌 존재론적 우월성을 부정할 수 있는 토대를 획득했다. 그가 고안한 이명법(二名法), 즉 한 종의 이름을 고유명사인 속명과 보통명사 혹은 형용사의 종명을 나란히 적는 명명법에 따라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라는 학명으로 처음 규정한 것도 린네였다.
린네 분류체계를 담은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는 다윈의 ‘종의 기원’(1859)보다 124년 앞선 1735년 출간됐다. 인간과 고릴라 등을 같은 영장류(목)로 분류한 그는 “물론 그것이 사람을 유인원이라 하거나 그 반대로 부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퇴로’를 두긴 했다.
그는 1707년 5월 23일 스웨덴 웁살라 근교 로스폴드에서 태어났다. 루터파 목사 겸 아마추어 식물학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룬트(Lund)대학서 의학을 공부하다 웁살라대학서 본격적으로 식물학을 익혔다고 한다. 유럽의 18세기는 계몽ㆍ자연과학의 시대였고, 폭발적으로 늘어난 자연, 특히 생물 종에 대한 지식적 분류 혹은 이성적 포섭이 절실했다.
린네 이후 끊임없이 보완ㆍ계량돼 온 린네 분류법은 근년의 DNA 분류법에 의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전자 염기서열에 근거한 DNA분류법은 생태나 습성, 생물학적 특징에 근거한 린네 분류법의 한계를 넘어선, 안정적이고 정밀한 분류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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