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원플러스’ 전략으로 선회… 트럼프는 구체적 지상전 대책 없어
17일 아라비아해에 있는 니미츠급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의 갑판장이 다목적 쌍발 수직이착륙기인 MV-22 오스프리호에 착륙 신호를 보내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은 냉전 이후 한동안 동시에 두 곳에서 재래식 전면전이 벌어져도 승리할 수 있다는 ‘두 개의 전쟁 전략(two-war strategy)’을 채택했으나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이 개념은 사실상 폐기됐다. 미국이 엄청난 국방비를 쏟아붓는 군사 강국이라 해도 2개의 지상전에서 동시 승리를 거두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중국과 러시아 같은 핵 보유국이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안보 현실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최대 적국이던 소련이 무너진 상황에서 미 국방부가 군사력 유지 규모의 기준으로 내세운 것이 ‘두 개의 전쟁’ 전략이었다. 중동과 한반도 지역 등에서 동시에 전쟁이 터졌을 때 이를 압도할 수 있는 충분한 지상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으로 다분히 국방 예산 삭감을 방어하는 논리의 측면도 강했다. 미국에 맞설 만한 강대국이 없었던 당시에는 ‘두 개의 전쟁’ 전략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의 국방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략이기도 했다. 1990년 걸프 전쟁에서 승리할 때만 해도 미국은 동시 다발적 전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 우위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2000년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벌인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이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도 별다른 성과 없이 오랜 시간을 끌면서 미국을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 결국 오바마 정부는 2012년 엄청나게 불어난 국방 예산을 감축하는 과정에서 ‘두 개의 전쟁 전략’을 폐기하고 ‘원 플러스(One-Plus)’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는 한 곳의 전쟁에 우선 집중하고 다른 곳에서 위기 상황이 발발하면 해군과 공군력으로 도발을 억제한다는 전략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들어서는 전쟁 전략 자체가 아예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2018년 내놓은 새 국방 전략은 이란과 북한을 불량국가로 규정하고 이들의 도발 억제를 강조하는 한편,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에 대한 견제를 국방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은 “우리는 테러리스트들에 맞서는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지만, 테러리즘이 아니라 강대국 간 경쟁이 미국 국가안보의 최우선 초점”이라며 미국이 직면한 안보 현실의 변화를 설명했다. 미국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군의 현대화 및 동맹국들과의 협력 강화 등을 제시하면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도 강조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국방부가 강대국 간 경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해 놓고선 이들이 제한적 전쟁을 도발할 경우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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