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정신 헌법에 담겠다는 약속 지키지 못해 송구” 미안함도 표해
조국, 페북에 개헌안 전문 소개 후 “문 대통령 역사관ㆍ국정철학 압축”
문재인 대통령이 자유한국당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망언 및 징계 지연을 겨냥한 듯 “독재자 후예”를 언급해 비판의 전면에 나섰다. 올해 5ㆍ18 기념사에서 망언에 대한 작심 비판을 통해 5ㆍ18정신을 헌법에 담지 못한 미안함도 곳곳에서 표출했다. 최근 한국당 일부와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진행된 ‘5ㆍ18 정신 폄훼’에 대해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ㆍ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부끄럽다” 등 강한 톤으로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정부 주관으로 18일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아직도 5ㆍ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5ㆍ18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직접 입장을 표하고자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히면서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라는 부분에선 울컥한 듯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는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ㆍ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했다. 대선 후보 시절 5ㆍ18광주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뜻을 밝혔고, 지난해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당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기존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부마 민주항쟁과 5ㆍ18 민주화 운동, 6ㆍ10항쟁의 민주이념을 계승한다”는 부분 등을 추가돼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19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한 게 5ㆍ18 정신인데 여전히 이를 부인하는 정치인이 있다 보니 대통령 입장에선 헌법 전문에 넣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컸던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 명의로 발의된 개헌안 전문을 소개한 뒤 “문 대통령의 역사관과 국정철학이 압축돼 있다. 헌법 전문은 민주공화국의 선취(先取)된 미래”라고 적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왜곡ㆍ비방을 금지한 5ㆍ18민주화운동 특별법 제정, 개헌안 등에 청와대가 다시 의지를 밝힌 게 아니겠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달빛동맹’을 거론하며 5·18의 가치를 강조해, 한국당을 압박하는 듯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각각 보수와 진보를 상징하는 도시이자, 영호남을 대표하는 대구와 광주의 ‘달빛동맹’을 언급해 정치권의 화합을 기대한 것이다. 이는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 광주의 한글 풀이인 ‘빛고을’을 조합한 말이다. 한국당 소속 권영진 대구시장은 망언 논란 때 광주시민들에게 직접 사과했고, 얼마 뒤 광주시는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대규모 대표단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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