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가지 국제기본단위.

20일부터 몸무게 단위인 킬로그램(kg)을 포함한 4개 단위를 정의하는 국제 기준이 바뀐다. 각국 측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도량형총회(CGPM)가 질량을 측정하는 ㎏, 전류의 암페어(A), 온도의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몰(mol)을 재정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몸무게도 온도도 그대로 재면 된다. 체중계와 온도계의 바늘이나 숫자를 조정할 필요도 없다. 다만 정밀한 연구를 하는 실험실이나 미량의 물질을 생산하는 산업현장에선 커다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19일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개최된 제26차 CGPM가 만장일치로 재정의한 단위 기준이 ‘세계 측정의 날’인 20일부터 101개 회원국들에게 적용된다. 당시 CGPM은 ㎏, A, K, mol이 과거 실물이나 모호한 양을 기준으로 잡은 탓에 단위의 정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에 따라 변하지 않는 값(상수)을 기준으로 삼아 재정의했다. 한국도 정회원국 자격으로 총회에 참석했다.

지금까지 1㎏은 1889년 백금 90%와 이리듐 10%를 섞어 만든 금속 원기둥 ‘르그랑K’의 질량으로 정의했다. 르그랑K의 무게를 1㎏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해 온 르그랑K 표면이 산화하면서 질량이 약 50㎍(마이크로그램ㆍ1㎍은 100만분의 1g) 가벼워졌다. 더 이상 1㎏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CGPM은 아예 플랑크 상수를 이용해 ㎏을 재정의했다. 플랑크 상수는 빛 에너지와 파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양자역학 상수다. A, K, ㏖도 각각 아보가드로 상수, 기본 전하, 볼츠만 상수를 이용해 다시 정의됐다. 국제기본단위에 속하는 7개 단위 중 이들 4개를 뺀 나머지 3개(시간ㆍ길이ㆍ광도)는 이미 상수를 기반으로 정의돼 있어 제외됐다.

이번 단위 재정의에 따른 일상 생활의 혼란은 없다. 다만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은 “산업현장이나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초정밀 측정에는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생체물질이나 전자소자 같은 미세한 규모의 연구에선 마이크로 수준의 오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미세한 질량 차이는 효능이나 안전과 직결되고, 첨단 부품들의 미세한 측정 오류는 큰 경제적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연구와 산업 분야별로 단위 재정의에 따른 기술 점검이 필요하다고 과학자들은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이번 단위 재정의를 반영한 국가표준기본법을 20일부터 시행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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