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여전히 할 말이 많았다. 무역전쟁을 1년여 지속하는 동안 줄곧 얻어맞은데다 미국이 화웨이 거래 제한으로 뒤통수까지 가격한 탓이다. 양국 외교장관 채널을 가동하며 모처럼 접촉면을 넓혔지만 중국은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미국을 성토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18일 전화통화를 했다. 그런데 양측의 결과 브리핑이 확연히 다르다. 미국은 국무부 홈페이지에 짤막한 공지를 띄워 “양 장관이 통화에서 양국관계 이슈들과 이란에 대한 미국의 우려사항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고작 두 문장이다. 이란과의 전쟁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이슈는 일단 상황관리에 치중하겠다는 의도다.
반면 중국 외교부는 분풀이하듯 무려 네 단락에 걸쳐 온갖 강경언사를 쏟아냈다. 중국 외교부가 19일 공개한 내용을 보면 왕 국무위원은 “미국이 중국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 “정치적 수단을 동원해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을 압박했다”, “미국이 너무 멀리 가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물론 “미중 관계가 더 훼손되지 않도록 속히 개선해야 한다”며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촉구했지만, 어디까지나 ‘평등한 협상’을 부각시키면서 “중국은 정당한 국가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한술 더 떴다.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는 19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거론하며 “중국의 기술이 해를 끼친다는 논리를 당장 그만두라”고 지적했다. 이어 “향을 피우면 스스로 향이 나고, 냄새 나는 사람은 자신도 냄새가 난다”면서 “중국의 부흥과 발전을 막기 위해 미국은 냉전적 사고로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쏘아댔다.
그러면서 중국도 아쉬울 것 없다는 듯 버티기에 들어갔다. 현재의 교착상태가 불편하지만,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타오원자오(陶文釗)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추가 고위급 협상이 급할 것 없다”며 “대화는 무역전쟁이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미국이 깨달았을 때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15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조만간 베이징에 가서 다시 협상에 나설 것 같다”고 운을 띄운 상태다. 하지만 이미 11차례 고위급 협상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은 만큼 추가 협상에 조급해하며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한편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창업자 겸 회장 역시 18일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제품을 팔지 않으면 그만”이며 "(미국의 제재 조치를 미리 예상하고) 준비는 오래 전부터 해 왔다"면서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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