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SNS를 뜨겁게 달궜던 한 장의 고양이 사진. 고양이가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쇼 공연장에서 '점프 묘기'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cats_on_sofa2 인스타그램 캡처
 1.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 쇼’ 논란이 남긴 것 

지난 14일,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 쇼’에서 ‘점프 묘기’를 선보이는 한 고양이의 사진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문제는 높은 구조물 위에 위태롭게 앉아 점프를 준비하는 고양이 바로 뒤로, 물이 가득 찬 대형 수영장의 모습이 포착됐다는 건데요. 이 때문에 일부 시민은 “몸에 물이 묻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고양이의 특성을 무시한 공연이 아니냐”며 업체와 대공원 측에 대한 거센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비판은 곧 ‘고양이 학대’, ‘동물 쇼’ 자체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확대됐죠. 이번 ‘이동슈’에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크게 논란이 됐던 쟁점 몇 가지를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물 위에서 고양이에게 점프 묘기를 시킨다고?” 오해는 풀렸지만...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해당 사건은 ‘점프 묘기를 하려는 듯한 고양이 사진’이 SNS 상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이슈화되기 시작됐는데요. 가장 먼저 ‘고양이가 공연을 선보인 위치’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공개된 사진만 봐서는, 쇼에 동원된 고양이가 물이 가득 찬 수영장 위에서 공연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일부 시민은 해당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현장 조사 및 피드백 촉구에 앞장서달라며 동물권단체 ‘카라’에 해당 내용을 제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카라 측은 지난 15일 직접 서울어린이대공원을 방문한 후, 논란이 된 ‘동물 쇼’에 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죠.

15일 동물권단체 ‘카라’는 자체 홈페이지 및 SNS 계정에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 쇼’ 현장 조사 결과 보고문을 게시했다. 동물권행동 카라 페이스북 캡처

다행히 문제가 됐던 부분은 15일 동물권단체 ‘카라’의 현장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확인 결과, 고양이가 점프 묘기를 선보이는 징검다리의 경우 물 바로 위가 아니라, 수영장으로부터 1~2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는 겁니다.

이 외에도 카라는 현장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체 쇼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등장하는 시간은 30초를 넘기지 않았다”, “고양이의 행동으로 봤을 때 우려와 달리 사육사와 신뢰관계가 있어 보였다”, “고양이와 원숭이의 합사 장면은 없었다”는 등 SNS 상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부분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는데요. 이처럼 고양이가 등장하는 ‘쇼 내용’이나 ‘동물 관리’ 측면에서 불거졌던 논란에는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쇼 이익창출을 위해 '고양이'까지 이용한 거잖아요.” 

하지만 ‘고양이’가 쇼에 이용됐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내용이 어떻던, 고양이들을 쇼장에 노출시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특히 공연장 특유의 '시끄러운 소음'이 고양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동그람이가 직접 고양이 행동전문 수의사 나응식 원장(그레이스병원)의 소견을 구해봤는데요. 나 원장은 "청각이 예민한 고양이의 특성 상 갑작스러운 박수소리, 무대 효과음 등의 자극은 충분히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17일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역시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어린이 관람객들이 많은 쇼장 내에서, 고양이들이 ‘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며 무대 위에서 하악질을 하는 듯한 고양이의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17일 오후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이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고발 영상. donghaemul_alw 인스타그램 캡처

이에 따라 해당 동물 쇼 업체의 홈페이지와 서울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고양이 쇼를 당장 중단해 달라”, “동물 공연을 멈춰달라”는 누리꾼들의 항의 및 청원 글이 여전히 쇄도하고 있죠.

“쇼를 중단하라”는 시민의 항의가 공연 업체 및 서울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에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캡처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인간의 필요에 의해, 억압된 환경에서 동물의 본능을 통제하는 행위가 옳은가’를 두고 수많은 논쟁이 벌어졌는데요. ‘카라’, ‘어웨어’를 비롯한 국내 여러 동물권 단체들 역시 ‘동물 쇼 중단, 동물들의 사육 환경 개선’ 등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17년 서울대공원의 ‘돌고래 쇼’가 전면 폐지되는 등, 점차 국내에서도 동물 권리에 대한 인식과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죠.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그람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은 정형행동을 보이는 동물을 보고 마음 아파하는 시민이 늘어난 시대”라면서, 이번 ‘고양이 쇼’ 사건이 유독 크게 논란이 됐던 건 “시민의 동물권 인식이 성장했음 반증하는 사례”라고도 지적했습니다.

시민들 스스로 “경계심이 강한 '영역 동물'로 잘 알려진 고양이마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되어선 안 된다”는 경각심을 가졌기에, 해당 사건이 쟁점화 되고 더 많은 이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죠. 이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시민들은 동물을 ‘유희의 도구’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라며 단순히 오락을 위해 동물원이 존재하는 그런 시대는 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 동물원’은 일반 동물원과 그 성격과 추구하는 목적이 조금 다릅니다. 관광 시설로서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시민이 동물과 ‘올바르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시설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업체가 "'고양이'를 데리고 어떤 행위를 했느냐"는 문제 보단 ‘동물 쇼’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금, 과연 서울어린이대공원은 시민들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개선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2. 우연의 일치? 오리 가족의 ‘히어로’가 된 사람들 

신기하게도, 이번 주에는 ‘흰뺨검둥오리 가족’을 살린 사람들의 이야기가 연이어 두 차례나 보도됐습니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대체로 “오랜만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소식이다”, “하찮게 생각하지 않고, 끝까지 애써주신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오리 가족을 구해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는데요.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 ‘작은 히어로’들의 정체는 광주광역시에 위치한 광산경찰서, 강원도 강릉시청 직원들, 그리고 지역 시민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오리 가족을 구출하는 데 성공한 것인지,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정리해봤습니다.

 '시민과의 완벽한 합작' 왕복 10차로 즉각 통제한 경찰 

일요일이었던 12일 오후, 광주 광산구 임방울대로가 난데없이 통제됐습니다. 해당 도로는 왕복 10차선 도로로, 당시 나들이객을 다녀온 차 등이 몰려있던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알고 보니 어미와 아기오리 14마리가 도로를 건너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오리 가족이 안전하게 10차선 도로를 건너갈 수 있도록 교통을 통제하고 있었던 겁니다. 오리 가족이 뒤뚱거리며 나란히 아스팔트를 건너가는 덴 10분 이상이 소요됐고, 당시 광산경찰서에서 현장에 투입된 경찰관들은 운전자들에게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16일 오후 광주경찰 인스타그램에 올라 온 해당 에피소드 게시물. polgwangju 인스타그램 캡처

시민들이 불편함을 참고 이 오리 가족을 배려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요. 연합뉴스가 이날 보도한 기사에 의하면, 3년 전 이 어미 오리는 풍영정천 근처 한 아파트 옥상에 날아와 둥지를 마련해 알을 낳고, 태어난 아기들을 열심히 돌봤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해 아기들은 모두 20층 높이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게 됐죠. 흰뺨검둥오리는 출생 후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둥지를 떠나는 습성이 있는데, 이 습성대로 아파트 옥상에서 밑으로 뛰어내려 변을 당했던 겁니다.

해당 아파트 주민에 의하면 “홀로 살아남은 어미 오리는 그 해 한 번 더 똑같은 일을 겪었다”고 합니다. 어미 오리의 비극을 안타깝게 여기던 동네 주민들은 이날(12일) 오리 가족을 위해 동물보호단체와 함께 발 벗고 나섰는데요. 12일 오전 7시 30분 둥지가 있는 옥상에 ‘비닐 탈출로’를 설치해 오리들을 지상으로 안전히 인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민의 도움을 받아 처음으로 하천을 찾아 떠난 흰뺨검둥오리 가족은,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안전히 10차선 도로를 건너 출발 ‘10시간’ 만에 근처 하천(풍영정천)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강릉시청, 생포 대신 '유도 작전'으로 근처 물가까지 경호 

14일 낮 열두시 경, 강릉시청은 한 주민으로부터 “오리들이 시청 앞 도로를 건너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전화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시청에 있던 직원들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야생동물협회 관계자가 도착하기 전, 상황 파악을 위해 먼저 현장을 찾았습니다.

오리 가족은 도로 가장자리에서 발견됐는데요. 발견 당시 인도에 올라와 있던 어미 오리와 달리, 아기 오리 13마리는 자신의 키를 훌쩍 넘기는 인도의 턱을 오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도로 턱이 너무 높아요..’ 도로 턱을 넘어가기엔 너무 작은 아기 흰뺨검둥오리들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릉시청 직원들은 어미 오리가 아기들을 데리고 큰 도로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손으로 직접 올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계자가 올 때까지 이들이 무리를 이탈하지 않고 제자리에 머무를 수 있도록 돌봐주기로 한 것이죠. 직원들은 혹시나 어린 오리들이 강한 햇볕에 탈진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바가지에 물을 떠와 먹여 주기도 하고, 바닥을 적셔 주기도 했습니다.

시청 직원들은 '혹시나 어린 오리들이 강한 햇볕에 탈진하진 않을까' 걱정하며 바가지에 물을 떠다 놓았다고 한다. 연합뉴스 제공

이후 현장에 도착한 야생동물협회 관계자는 새끼 오리들을 유인해 포획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어미 오리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죠. 결국 이들은 ‘유도 작전’을 쓰기로 했는데요. 새끼 오리가 들어있는 포획 틀을 들고 근처 하천(남대천)으로 걸어가, 어미 오리가 그 뒤를 따라오게끔 하는 작전이었습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습니다. 다행히 어미 오리는 그들의 뒤를 쫓아 인도를 걷고, 왕복 4차선 도로를 날아올랐죠.

2시간의 대소동 끝에 강릉시청 일행과 오리 가족은 하천(남대천)에 도착했습니다. 포획 상자에 담긴 아기 오리들을 물에 풀어주자, 그 곁을 지키던 어미는 아이들을 이끌고 유유히 풀숲으로 사라졌다고 하네요.

기꺼이 ‘오리 가족의 히어로’가 되어준 시민과 공무원의 훈훈한 ‘합동 작전’ 덕분에 흰뺨검둥오리 가족들은 안전하게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게 됐는데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 오랜만에 찾아온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더 많은 시민이 발 벗고 나서서 동물들의 삶을 지켜주는 날이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서희준 동그람이 에디터 hzune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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