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와 제1 야당 노동당 사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판이 깨졌다. 17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테리사 메이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브렉시트 협상이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한 달 넘게 이어져 온 협상이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끝난 것이다. .
코빈 대표는 정부와 노동당 간의 논의가 주요 정책에 있어서 서로 간 입장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특히 메이 총리가 6월 초 유럽연합(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 표결 직후 사실상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점이 대화를 이어가는데 장애가 됐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정부의 커지는 취약함과 불안정으로 인해 양측 간에 무엇이 합의되든지 간에 이를 확실히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가 물러난 뒤 새로 선출된 보수당 당대표 및 총리가 노동당과의 협상 결과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이야기다.
영국 정부도 노동당과 더이상 협상은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다만 결렬 원인이 정부가 아닌 노동당 내부의 분열 때문이라는 입장을 내 놨다. 메이 총리는 이날 브리스틀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동당과의 협상에서) 공동의 입장을 찾은 분야도 있지만 다른 이슈는 (합의에 도달하기가) 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편 16일(현지시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즈(FT) 등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은 이날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표결 후 후임자 선출을 위한 일정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가 계속 미뤄지면서 메이 총리가 여당 보수당보다 야당인 노동당과 협상을 계속하는 데다 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메이 총리를 사퇴시키는 것이 당의 미래에 더 좋을 것이라는 바람 때문이다.
우선 영국은 오는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합의를 지난달 11일 EU 27개국 정상들과 체결했다. 5월 26일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6월 1일 영국은 유럽을 떠나야만 한다. 메이 총리의 구상대로 6월 첫째 주에 4차 브렉시트 합의안이 통과되는 경우 영국은 투표 바로 다음 달 1일에 EU를 탈퇴할 수 있게 된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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