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뿐 아니라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친환경 농산물 구매에 앞장선 사회적 기업이 불러온 변화입니다.”
박경리 선생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들판에서 2017년부터 생태둠벙농법으로 친환경 쌀을 생산해 온 서정부(73)씨는 “구매처가 안정적이다 보니 3년 만에 생태둠벙농법 농지를 3배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태둠벙 농법은 논에 만든 둠벙(물 웅덩이)에 미꾸라지ㆍ붕어 등 토종 민물고기를 키우면서 이들 민물고기가 잡초와 병해충을 잡아먹도록 하는 전통적인 친환경 벼농사법이다. 둠벙은 다양한 생물 서식지로 병해충 피해를 자연적으로 예방할 뿐 아니라 가뭄과 홍수 피해를 막는 소규모 저수지 역할도 한다. 그런데 지금은 경지 정리와 농업기계화로 대부분 사라졌다.
서씨의 생태둠벙농법 재배 면적은 2017년 5,600㎡에서 올해 1만6,529㎡로 크게 늘었다. 이렇게 수확한 친환경 쌀을 수확 첫해부터 인근에 있는 사회적 기업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공급 가격도 정부 수매가격(쌀 1가마 40㎏ 기준)보다 1만원 높다. 그는 “농가는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고, 기업과 소비자는 좋은 쌀로 질 높은 제품을 생산ㆍ구매할 수 있다”며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생태둠벙농법에 관심을 갖고 최근 하동을 방문한 충청 지역 농민에게 해당 농법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기도 했다.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이 공장 증축 등을 통해 이유식 생산 확대에 나서면서 평사리 일대에선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는 농가 역시 속속 늘고 있다. 당연히 친환경 농법으로 쌀을 재배하는 면적도 증가했다. 하동에 있는 유기농 작물 생산업체 청와식품의 김인규(65) 회장은 “5년 전부터 에코맘의 산골 이유식에 우렁이 농법으로 수확한 쌀을 공급해 왔다”며 “공급 물량이 납품 초기 연간 40톤에서 지난해에는 60톤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우렁이 농법은 화학제초제 대신 물속의 풀을 먹어 치우는 우렁이의 습성을 이용, 토양ㆍ수질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논의 잡초 등을 제거하는 친환경 농법이다. 김 회장은 “우렁이 농법 등 친환경 벼농사 방법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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