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아닌 치료할 수 있는 질환
먹는 약과 주사 치료제까지 나와
[대한조현병학회ㆍ한국일보 공동 기획] ‘조현병 바로 알기’ ①김재진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잇따른 강력 범죄로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현병은 중증 정신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만 받는다면 ‘위험한 존재’가 아니다. 조현병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한국일보는 대한조현병학회와 함께 ‘조현병 바로 알기’ 공동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내시 균형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가 조현병으로 고통 받은 일생을 그린 영화 '뷰티풀 마인드' 포스터.

“사람들이 몰카를 통해 날 감시해요. 내 SNS에 있는 내용들이 해킹을 당했어요. 사람들이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어요. 집에만 있는데도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려요“.

어머니의 강권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한 대학생의 호소다. 이러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이 대학생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생각이 없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 대학생의 증상은 피해망상과 환청이다. 병명은 대개 조현병이다. 그러나 이 대학생은 “나는 아무 문제 없으며 날 괴롭히는 사람이 문제”라고 여긴다. 그래서 진단받을 이유도, 치료받을 이유도 없는 것이다.

조현병은 뇌 기능 이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병이다. 정신건강 분야에서 가장 중증 질환의 하나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100명에 1명꼴로 생기는 흔한 병이다. 유병률이 높으면서 중증이다 보니 사회경제적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엄청난 부담과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신체에 병이 생기면 각종 증상이 괴로워서 스스로 병원을 찾아 증상 해소를 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들은 뇌 기능 이상에 따른 피해망상과 환청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병원에서 해결할 문제라 여기지 않는다.

앞에 소개한 대학생은 우여곡절 끝에 약물치료를 받아 호전된 뒤에야 병으로 인식하게 됐다. “저에게 병이 있는 줄 몰랐어요. 괜히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본 것이라 생각했죠. 이제는 마음이 아주 편해요.“

이 대학생은 그나마 어머니가 빨리 병원에 오게 해 호전된 성공적인 사례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다 그렇지는 않다. 환자들은 병을 잘 몰라 병원을 찾지 않고, 부모들은 자식에게 정신병 환자 낙인을 주고 싶지 않다고 병원에 데려오지 않으려 한다. 병을 심하게 키운 뒤에야 마지못해 오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부모들의 이런 부정적 태도는 ”조현병 환자들은 위험하다“는 등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이다. 최근 조현병을 앓는 몇 분이 연이어 저지른 끔찍한 사고로 인해 이들의 범죄 예방대책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보도로 인해 조현병 환자들이 모두 매우 위험한 사람처럼 인식된다.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범죄와 거리가 먼 아주 착한 분이 대다수다. 아주 착하다 못해 융통성 없이 순진무구한 분도 많다. 환자 일부의 범죄는 치료를 잘 받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범죄가 이슈화될수록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환자가 치료를 기피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조현병은 낫지 않는 병이라는 편견도 있다. 먹는 조현병 치료제가 많이 개발됐다. 특히 약 먹기를 꺼리는 환자를 위한 장기 주사제까지 나왔다. 조현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치료할 수 있고 치료되는 병이다.

조현병 환자가 학업, 직업, 사회적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편견도 있다. 물론 증상으로 인해 사회기능이 떨어져 활동에 제약을 받는 환자가 많은 건 사실이다. 뇌가 모든 활동을 관장한다는 의학적 사실에 비춰 조현병의 뇌 기능 문제가 사회활동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재활을 병행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적절한 치료 후 성공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환자가 상당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들 모두 사회적 편견의 굴레가 무서워 환자라는 사실을 감추기에 성공사례가 알려지지 않을 뿐이다. 조현병 환자이지만 노벨상을 받은 존 내쉬의 일생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조현병 환자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웠다.

조현병은 뇌에서 이상이 생기면 나타나는 신체 질환이다. 신체 질환은 누구도 예외가 없다. 그러니 조현병도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조현병에 편견을 가지면 그로 인한 불이익은 언젠가 자신에게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대한조현병학회는 ‘조현병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플레이스토어에서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조현병’ 앱이 한 예이다. 대한조현병학회와 한국일보가 공동 기획한 ‘조현병 바로 알기’ 시리즈도 이의 일환이다.

낙인과 편견을 없애는 언론 보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회 안녕을 유지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현병의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진 대한조현병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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