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측정의 날’인 20일부터 킬로그램(㎏) 등 4개 기본단위에 대한 국제 기준이 바뀐다. 당장 체중계의 숫자가 변하는 등 일상 생활에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지만 실험실 등 일부 분야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 ‘소소하지만 나름은 중요한 변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의결한 기본단위 4개에 대한 정의가 20일 시행된다고 16일 밝혔다. 질량을 측정하는 킬로그램(㎏), 전류의 기본단위인 암페어(A), 온도의 단위 켈빈(K), 물질의 양을 나타내는 기본단위인 몰(㏖)이 대상이다. 박연규 표준연 물리표준본부장은 “7개의 주요 기본단위 중에서 이미 변하지 않는 값으로 정의한 길이(m), 시간(s), 광도(cd)를 뺀 나머지 기본단위는 여전히 변할 가능성이 있어 이번에 재정의 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1㎏은 1889년 백금 90%와 이리듐 10%를 섞어 만든 금속 원기둥 ‘르그랑K’의 질량으로 정의했다. 이 원기둥의 무게를 1㎏으로 하기로 정한 것이다. 르그랑K는 현재 유리관에 담겨 파리 인근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돼 왔다.
그런데 문제는 점차 오염물질이 쌓이고 산화하면서 르그랑K 질량이 약 50㎍(마이크로그램ㆍ1㎍은 100만분의 1g) 늘어난 것이다. 1㎏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GPM에서 변하지 않는 물리값인 플랑크 상수로 ㎏을 정의하는 방안을 내놨다. 과학계는 키블 저울이란 장치로 이를 구했다. 양팔 저울 한쪽에 1㎏에 해당하는 물체를 올려놓고, 저울의 다른 쪽엔 자기장에 영향을 받는 코일을 설치해 뒀다.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바닥 방향으로 전자기력이 발생하면서 저울이 다시 균형을 이루는데, 이때 코일의 전류와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하면 1㎏ 질량에 대응하는 전자기력을 구할 수 있다. 이 수치로 플랑크 상수를 도출하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1㎏ 값을 알 수 있다. 암페어(A), 켈빈(K), 몰(㏖)도 상수인 아보가드로 상수, 기본 전하, 볼츠만 상수를 이용해 다시 정의된다.
기본단위가 재정의 되도 일상생활에서 변하는 건 없다. ㎏만 해도 변화한 질량 값인 50㎍을 바로 잡는다고 해서 체중계 숫자가 변하진 않기 때문이다. 50㎍은 머리카락 한 올의 무게 정도다. 박 본부장은 “과학계에서 ‘거대한 변화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면서도 “산업현장이라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초정밀 측정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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