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보통신기술보호’ 비상사태 선포..외국산 장비 사용 금지 길 열어
상무부, 미 이익 반하는 기업 명단에 화웨이 추가
16일 중국 베이징의 한 화웨이 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의 미국 내 사용 금지를 추진해 미중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의 기술을 위협하는 외국 기업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길을 연 것으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정조준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과 중국간 관세 전쟁이 재점화한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사용 봉쇄에 나서 양국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는 약속의 하나로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 공급망 확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며 “이 행정명령은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위협과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와 미국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는 거래를 금지하는 권한을 상무부에 부여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미 행정부는 미국의 정보통신 기술 인프라와 서비스에 점점 더 취약점을 만들어내고 있는 해외의 적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명령은 미국 상무부가 150일 내에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상무부는 이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에 개입한 ‘기업 리스트(Entity list)’에 화웨이를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이 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미국 기업과 거래할 수 없어 미국 반도체 업체로부터 부품 공급을 받아온 화웨이에게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5세대(5G) 이동통신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미국 내 거래 차단을 추진하면서 전면적인 압박에 나선 것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이란 제재를 위반해왔고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도록 촉구해왔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불합리한 규제가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고 다른 심각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고 반발하면서 “미국은 더 열등하고 비싼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다른 나라가 중국 회사에 일방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국가 안보 개념이 보호 무역주의의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중국 회사들의 합법적인 권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불공평하게 타국 기업을 대하는 것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중국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번 조치로 미중 무역 협상은 더욱 험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법률 전문가 덕 제이콥슨은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조치는 미중 관계 전반에서 큰 이슈로 등장해 무역 전쟁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조치를 중국과의 협상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WP는 내다봤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의 또 다른 장비 업체인 ZTE의 미국 내 거래 제한 조치를 취했다가 정상간 소통을 통해 제재를 풀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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