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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Talk] “‘이몽’은 욕심 과한 실험” “‘녹두꽃’은 완성도 불구 외면”

입력
2019.05.17 04:40
수정
2019.05.17 14:3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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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웃도는 제작비 쏟고도 한자릿수 시청률… 지상파 대작 시대극의 위기

MBC ‘이몽’은 월북한 독립 운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드라마로 시청자의 관심을 샀다. 이몽 스튜디오 문화전문회사 제공
MBC ‘이몽’은 월북한 독립 운동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드라마로 시청자의 관심을 샀다. 이몽 스튜디오 문화전문회사 제공

‘현실성 없는 조폭 영화 같다’. 지난 4일 첫 방송된 MBC 토요 드라마 ‘이몽’의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 온 글(이**)이다. 1948년 월북한 독립 운동가 김원봉을 미화했다는 ‘정치성 공격’이 아니다. 캐릭터 묘사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드라마에서 김원봉(유지태)이 중국 상하이 청방(스파이 조직) 근거지로 이영진(이요원)을 구하기 위해 홀로 뛰어 들어가는 상황과 이유가 허무맹랑하게 비친 탓이 컸다. 허술한 컴퓨터그래픽(CG)등 드라마의 만듦새가 헐겁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시청률은 6%대. ‘이몽’처럼 시대극인 SBS 금토 드라마 ‘녹두꽃’도 ‘비상’이다. 지난달 26일 첫 방송을 시작해 시청률 한 자릿수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몽’은 제작비 200억원을 투자해 그간 드러나지 않은 김원봉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제작비가 100억원대인 ‘녹두꽃’은 1894년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민초들의 혁명에 집중한 보기 드문 사극이라서 방송 전 기대를 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지상파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대작들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뭘까. 한국일보 대중문화팀 기자들이 두 작품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국내 드라마 시장의 위기를 진단해 봤다.

SBS 드라마 '녹두꽃'은 사극으로는 보기 드물게 민초들의 혁명에 집중한다. 드라마의 주 소재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다. SBS 제공
SBS 드라마 '녹두꽃'은 사극으로는 보기 드물게 민초들의 혁명에 집중한다. 드라마의 주 소재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다. SBS 제공

강진구 기자(강)= “‘이몽’은 ‘잡탕 찌개’ 같다. 독립 투사와 사랑 이야기 그리고 추리적 요소를 잘 섞지 못했다. 욕심이 과했다.”

양승준 기자(양)= “1930년대가 시대적 배경이다. 그런데 주연 배우들이 너무 현대극처럼 연기한다.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가 겉돌아 재현극을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김표향 기자(김)=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원봉은 과도하게 감정적이다. 아무리 의열단이라고 하지만 그의 과격한 행보와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되지 않아 인물이 지닌 사명감 등에 몰입이 안 된다. 영화 ‘밀정’과 ‘암살’에선 김원봉(‘밀정’의 독립운동가 정채산은 김원봉을 모델로 했다)을 차분한 전략가로 그렸다. ‘이몽’은 김원봉을 전면에 내세운 첫 드라마다. 캐릭터의 다른 면모와 해석을 보여주려면 더 신중하고 설득력을 갖춰야 했다.”

양=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2019)에선 유관순이 이런 얘기를 한다. ‘3ㆍ1운동 만세 1주년인데 빨래나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라고. 거사를 앞둔 평범한 시민의 소박한 마음을 격하지 않게 그려 보는 이로 하여금 더 울컥하게 한다. ‘이몽’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강= “‘이몽’은 이야기도 혼란스럽다. 독립투사 간의 이념 갈등에 그들을 이용한 일본의 내부 알력다툼을 엮어 황당했다. 당시 일본의 검찰과 경찰 조직의 갈등을 왜 비중 있게 다루는지 이해가 안 된다.”

양= “‘이몽’은 새로운 소재와 발전 가능성 있는 장르적 특성을 연출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반대로 ‘녹두꽃’은 이야기와 연출이 돋보였다. 동학농민혁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울분을 작가가 잘 풀었고, 감독이 세련된 연출로 감정적 몰입을 높였다. 1회 마지막에 민초들이 모여 횃불을 들고, 그 장면을 위에서 잡아 부조리를 걷어내려는 민초들의 열망을 보여준 장면은 압권이었다. ‘정도전’(2014) 대본을 쓴 정현민 작가, ‘뿌리 깊은 나무’(2011) ‘육룡이 나르샤’(2015)를 연출한 신경수 PD의 힘이다.”

강= “전봉준(최무성) 얘기만 풀었으면 극적 긴장감이 없었을 거다. 그런데 이야기의 줄기를 태생부터 다른 백이강(조정석)과 백이현(윤시윤) 형제와 그들의 삶이 어긋나는 비극으로 잡아 상상의 여지를 뒀다. 조정석과 윤시윤뿐 아니라 최무성, 박혁권과, 한예리 등이 능숙한 연기로 배역의 ‘맛’을 잘 살렸다.”

김= “‘이몽’을 보면 맥이 풀리는데, ‘녹두꽃’을 보면 달아오른다. 지금 우리 시대와 얼마나 접점을 만들었느냐에서 온 차이가 아닐까. ‘이몽’을 보면 지금의 우리가 왜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녹두꽃’은 다르다. 우리가 2년 전 거리에서 경험한 촛불집회와 거리에 나갈 수밖에 없었던 울분을 극에 잘 연결했다.”

양= “‘녹두꽃’은 작품 완성도는 높은데 시청률이 따라 주지 못한다. 이야기 변화가 심해 ‘진입장벽’이 높은 게 약점이다. 금ㆍ토요일 밤 10시에 보기엔 너무 묵직한 이야기인 데다 사극이란 장르적 한계가 작용한 듯싶다. ‘정도전’ 이후 잘 된 사극을 찾을 수 없다. 김은숙 작가의 ‘미스터 션샤인’(2018)이 성공했지만, 스타 작가와 스타 배우(이병헌 출연)의 후광이 워낙 강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문화계 전반에 걸쳐 관련 작품이 쏟아지다 보니 피로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사극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해야 될 때가 아닌가 싶다. 드라마 시장 전반에 걸쳐 시청률이 떨어져 위기이지만, 장르 다양화를 위해 사극 제작은 꼭 필요하다.”

양승준ㆍ김표향ㆍ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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