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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 축제처럼 즐기자” 기후변화 청년단체 긱

입력
2019.05.16 16:13
수정
2019.05.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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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청년단체 긱의 김진영(왼쪽부터) 부회장, 김세진 대표, 김지윤 부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한슬기자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청년단체 긱의 김진영(왼쪽부터) 부회장, 김세진 대표, 김지윤 부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한슬기자

환경보호단체 하면 무조건 시위만 하는 곳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환경보호운동을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문화로 접근하는 환경보호단체가 하나 있다. 청년의,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기후변화 청년단체를 주장하는 긱(GEYK, Green Environment Youth Korea)이다. 이들은 플래시 몹 등 축제 같은 방식의 소프트 파워를 내세우고 있다.

긱은 2014년에 대학생이었던 김세진(27) 대표와 김진영(28) 부회장 등이 주축이 돼 탄생했다. 이들은 국내외에서 환경 관련 활동을 하다가 알게 됐다. 김진영 부회장은 “환경보호운동에 관심 있는 청년들의 연대를 넓히면 좋겠다는 생각에 청년이 꾸리는 조직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서너 명이 시작한 조직은 어느덧 10배로 커져 30여 명의 20, 30대 청년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지윤(28) 부회장은 “우리가 기후 변화를 예방하고 미래에 받을 수 있는 피해를 미리 보상해 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이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미래 세대와 관련 없는 중장년층”이라며 “기후 변화와 관련해 우리의 권리를 찾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청년들이 긱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긱의 특징은 소프트 파워 방식을 활용하는 점이다. 여럿이 공연을 벌이는 플래시 몹을 하거나 환경보호 영상을 만들고 대담행사인 토크 콘서트 등으로 환경보호운동을 펼친다. 세 사람은 “기존 환경보호단체의 과격한 시위 방식이 싫었다”며 “이왕이면 환경보호운동도 창의적이고 재미있게 해 청년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진행한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반대 캠페인이다. 그린피스 등 여러 환경보호단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가 있는 당진에 추가로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자 철회를 요구하며 행진을 벌였다. 그런데 긱은 다른 방식으로 동참했다. 김 대표는 “천안부터 당진까지 53km를 자전거로 달리는 두 바퀴 행진을 했다”며 “청년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는 지난해에 이어 친환경 음악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서울’에 참가한다. 17~18일 서울 상암동 난지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전시공간을 마련해 올바른 재활용 방법을 알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1회용품 분리수거 체험과 OX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 다음달 2일 긱 회원들이 직접 만든 ‘잘 버리는 법’(가제)이라는 재활용품 분류에 관련된 책을 내고 출판 기념회를 연다. 책 소개와 함께 1회용품 재활용 방법을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소개한다.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긱 회원들이 이회성(앞줄 가운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을 만나고 있다. 긱 제공
2015년 12월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긱 회원들이 이회성(앞줄 가운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의장을 만나고 있다. 긱 제공

긱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활동을 병행해 우리 청년들의 목소리를 세계에 알리기도 한다. 국제 기후변화단체인 350.org가 전 세계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기획한 행사 ‘글로벌 파워 시프트(Global Power Shift)’에도 참가했다. 김 대표는 “청년들이 모여 세미나를 하며 세계 각국의 기후 변화 심각성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후 각자 나라로 돌아가 토론했던 내용들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파워 시프트의 일환으로 매년 7월께 파워 시프트 코리아 행사가 열린다. 파워 시프트 코리아는 긱의 주최로 2014년 처음 개최됐다.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도 참석해 우리나라 청년을 대변한다. 특히 우리나라 청년단체 대표로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한 것이 큰 성과였다. 김지윤 부회장은 “지금의 40, 50대가 가져온 기후 변화에 대한 부담을 미래 세대에게 지우지 말라고 각국에 호소했다”며 “지금의 10, 20대가 나이가 들었을 때 현재 발생한 기후 변화에 대한 대가를 더 많이 치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에 책임을 다음 세대에 미루지 않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세대 간 형평성’이라고 한다. 기후변화협약 전문에 ‘세대 간 형평성’이 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도 긱 등 세계 청년들이 각국의 협상 관계자들을 찾아가 설득한 덕분이다.

앞으로 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보호단체를 꿈꾼다. 김진영 부회장은 “적어도 기후 변화만큼은 우리 단체를 우선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많은 청년이 자유롭게 참여해 활동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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