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물적분할 중간지주사 본사 위치
울산시 등 지역경제 타격우려 존속 주장
롯데 등 대기업 투자회피 속 위기감 증폭
현대중, “관리ㆍ투자효율화 위해 서울에”
울산시와 시의회, 노동계와 현대중공업이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에 따라 설립되는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 본사 위치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가더라도 오히려 수주 활성화 등 울산 및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협력을 촉구하고 있지만 롯데, 신세계 등 대기업의 잇단 투자회피 등에 시달리고 있는 울산시로서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울산시의회는 16일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서울로 가지 말고 울산에 두도록 해달라는 현대중공업 본사 울산 존속 촉구 결의안을 시의원 22명이 모두 참여해 채택, 청와대를 비롯한 12개 기관에 보내기로 했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 “울산은 1962년 울산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이후 조선ㆍ자동차ㆍ석유화학 등 3대 주력산업을 주축으로 국가 경제발전에 헌신해왔으며, 현대중공업은 반세기 동안 울산에 본사를 두고 발전을 함께하면서 명실상부한 향토기업이자 울산 상징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현대중공업 분사로 현대글로벌서비스, 현대건설기계 등 자회사 탈 울산을 지켜봤던 시민들은 한국조선해양 서울 설립에 허탈감과 불안감을 넘어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송철호 시장과 정천석 동구청장 등도 물적분할 이후 현대중공업 본사가 이전하면 지역경제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울산지역청년회의소,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 등도 지역단체 등도 한국조선해양 본사 울산 존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조는 물적분할에 반대해 16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올해 첫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날 파업을 시작으로 오는 21일까지 하루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는 한편 22일에는 8시간 전면파업하고 상경 투쟁도 벌일 방침이다. 노조는 회사를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신설 현대중공업으로 나누면 자산은 한국조선해양으로 넘어가고, 수조 원대 부채는 대부분 신설 현대중공업이 감당하게 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 같은 울산시 등의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지주사 서울이전 반대는 최근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지역투자를 회피ㆍ축소하고 있는데다 지역 주력인 자동차산업 마저 구조조정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등 지역경제가 갈수록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13일 울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동차산업 미래전망과 고용변화 토론회’에서는 ‘친환경차가 확대되면 내연기관차에는 3만개에 달하는 부품수가 전기차에는 1만3,000여개로 줄어 현대차의 친환경차 생산계획에 따라 2025년 내연기관차 생산비중이 57.06%로 줄면 2,723명의 인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더불어 생산공장에서 4,000여명 규모가 있는 생산 라인을 대체 소재를 사용하는 전기차 전용 라인으로 바꾸면 최대 800명의 고용이 감소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물적분할을 앞두고 반발이 확산되자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입니다’라는 4장짜리 대시민 홍보물을 배포, 설득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은 홍보물에서 “물적분할은 막대한 재정부담 없이 주식 교환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며 “분할 이후에도 가장 중요한 생산ㆍ영업ㆍ설계 등을 유지하고 중간지주사와 역할 분담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설 현대중공업이 승계하는 부채 7조원 중 3조1,000억원은 선수금과 충당부채이며 외형상 부채 규모로 회사 부실을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노조측 주장을 반박했다. 선박 수주 시 계약금 형태로 받은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일 뿐 선박 건조 과정에서 매출로 인식하며, 충당부채는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을 회계기준에 따라 미리 반영한 것으로 공정 진행에 문제가 없으면 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는 “분할 이후 신설 현대중공업 부채비율은 110% 정도로 가장 호황기던 2006∼2008년 250∼300% 수준보다 낮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사회에서 일고 있는 본사 이전 우려와 관련해 “한국조선해양 본사가 서울에 있는 것일 뿐 신설 현대중공업 본사는 울산에 남고, 울산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인원도 50여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고 근로조건도 유지되며 성공적인 기업결합으로 경쟁력이 강화하면 일감이 늘고 고용도 증가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한다”며 “물적분할을 완료해도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이 모두 기업결합을 승인해야 인수가 마무리되는 만큼 첫 관문인 물적분할을 위해 지역사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응원해 주기를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물적분할을 승인하는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31일 열릴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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