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 정리 과정 탈세 사례. 국세청 제공

국세청이 특허 거래나 사업구조 재편 등을 명분으로 해외로 자금을 빼돌려 탈세한 혐의를 받는 기업 및 자산가에 대해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네 번째 역외탈세 동시 조사로 국내 법인 63개, 외국계 법인 21개, 개인 자산가 20명 등 총 104건이 대상이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특허권 등 국내에서 창출한 무형자산을 정당한 대가 없이 해외로 넘기거나 사업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국내에 귀속돼야 할 소득을 부당하게 해외 법인으로 이전하는 등의 신종 탈세 수법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세회피처에 해외 법인을 세운 뒤 탈세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기업 사주 일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사는 해외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처음 공조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진행된다. 합동조사단은 사회유력층과 기업이 해외에 숨긴 재산이나 범죄수익을 찾기 위해 지난해 6월 발족한 기구로 검찰, 관세청,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금융정보 자동교환 대상국이 된 스위스와 싱가포르에서 입수한 탈세 정보도 이번 조사부터 활용된다. 국세청은 또 복잡한 탈세 구조를 짜는 일을 도운 법무ㆍ회계법인 관계자도 함께 조사할 계획이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금융정보 자동교환 대상국 확대로 내년에는 홍콩에서 입수한 탈세 정보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외국 과세당국으로부터 금융정보, 신고내역 등의 정보를 요청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납세자는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세청은 2017~18년 세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459건을 조사해 총 2조6,568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며 앞선 조사의 적발 사례를 일부 소개했는데, 이 중엔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특허 거래나 사업구조 개편을 내세운 역외탈세 수법도 포함됐다.

A사는 국내에서 개발한 특허를 사주 가족이 소유한 해외 계열사에 무상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탈세를 한 사실이 적발돼 국세청이 법인세와 소득세 등 약 120억원을 추징했다.

글로벌 기업 B사는 국내 합작법인을 동원해 탈세를 한 사례였다. 이 회사는 사업구조를 개편한다며 국내 기업과 합작법인 C사를 만든 뒤 국내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C사는 해외 모기업인 B사로부터 수십억달러를 빌린 뒤 자사주를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C사가 모기업에 송금한 이자 비용이 연간 수천억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합작법인의 소득을 해외에 부당 유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법인세 등 약 1,700억원을 추징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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