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가운데)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수도 카라카스 군 기지에서 군인들과 함께 미소지으며 걸어가고 있다. 카라카스=로이터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미국의 전술은 베네수엘라 군부 흔들기였다. 군부 출신이 장악한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를 제재하는 강경책을 펴는 한편 지금 마두로 정권에서 이탈할 경우 죄를 묻지 않겠다는 회유책도 구사했다.

별다른 군부 동요가 없자 미국의 후원을 받고 있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 외곽에서 중무장한 군인 수십 명을 앞세워 ‘군사 봉기’를 시도했다. 군부의 연쇄적인 봉기를 유인하겠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되레 마두로 대통령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4,500여명의 병력을 사열하며 군부 장악력을 과시했다.

군부 와해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며, 그간 ‘경고’쯤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군사개입 여지가 이전 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쯤 되면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설 경우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또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가 분석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판 패트리엇 등 미군 애먹일 대공 화력

베네수엘라 군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도깨비 군대로 취급 받는다. 전력에 대한 평가가 극도로 엇갈린다.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국방비 지출 규모에 그나마 그 군비 지출 규모도 경제 사정에 따라 출렁대 왔다. 안정적 군사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영국의 군사정보업체 IHS제인스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군은 육군 6만3,000명, 해군과 공군이 각각 9,500명, 1만1,000명으로 약 8만4,000명의 병력으로 이뤄져 있다. 인접국인 콜롬비아(24만4,000명)의 3분의1 수준의 ‘소군’이다.

하지만 군사력 평가 매체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올해 평가 대상 137개국 가운데 43위로 평가한다. 보유장비도 비교적 최신형이다. 전차 60대, 보병차량이 200여대 등을 갖추고 있으며, 수호이(SU)-30MKV 전투기 등 6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해 최소 수준의 공중 전력은 보유하고 있다. 주요 해상 전력은 호위함 6척 정도로 해군 전력이 크지 않은 다수 남미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엇갈린 평가는 국방비 지출액이 불과 몇 년 사이 크게 출렁였기 때문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17년 국방비는 2억6,100만 달러로 전년(2억1,800만달러) 대비 19% 증가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첫 증가한 것이나, 2008년 국방비가 10억3,600만 달러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불안정한 환경에서 군대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제 S-300 지대공요격미사일시스템. 자료사진

그렇다고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 등 압도적 군사력을 동원했을 경우 베네수엘라 군이 단번에 맥없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프랭크 오 모라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학교 교수 겸 킴벌리 그린 남미ㆍ카리브 센터 이사는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베네수엘라 침공 가능성을 두고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하나는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과 전투기를 실은 항공모함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주요 군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precision strike)’에 나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정밀타격전 없이 처음부터 12만명 이상의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을 통해 ‘전면전(full scale invasion)’을 벌일 가능성이다.

어느 쪽이든 베네수엘라 군은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군과 민병대 등이 게릴라 전투를 전개하며 의외의 항전 태세로 나올 경우다. 이 경우 군사 충돌 사태가 장기화하며 수 천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베네수엘라 사태는 극도로 악화될 수 있다. 결국 “최상의 시나리오는 미국 항공모함이 발사한 토마호크 미사일 몇 발에 전의를 잃은 베네수엘라 군부가 스스로 무너진 다음 러시아와 쿠바도 차례로 마두로 정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모라 교수는 강조했다.

[저작권 한국일보]베네수엘라 재래식 무기 수입 국가별 비중. 김문중 기자

베네수엘라 군이 항전 태세로 나올 경우 미군을 겨냥할 주요 무기로는 러시아제 ‘S-300 지대공 요격 미사일’이 꼽힌다. '미국의 침략' 가능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러시아로부터 구매한 대표적인 무기인 S-300은 사정거리가 150~200km에 달하며 6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특히 발사까지 걸리는 준비 시간이 5분 내외로 매우 짧고 발사 간격도 3초에 지나지 않는다. 러시아판 패트리엇으로 불리지만, 자동화 시스템 측면에선 패트리엇보다 낫다는 평가도 받는다. 러시아는 지난 3월 100여명의 병력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인근에 급파했는데, 엘리엇 에이브럼스 미 국무부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S-300 시스템 수리를 돕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베네수엘라는 견착식 휴대용 대공 미사일(MANPADS)의 한 종류인 러시아제 ‘이글라(IGLA)-S’도 5,0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같은 경항공기 격추에 알맞게 설계됐다.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베네수엘라는 남미 국가 치고 상당 수준의 대공 화력을 갖춘 곳”이라며 “특히 S-300과 이글라-S 등으로도 미군 전력을 꽤 애먹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방기술품질원에 따르면, 2013~2017년 베네수엘라의 재래식 무기 수입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달한다. 이어 중국이 23%, 우크라이나가 9.5%를 차지했다.

러시아제 이글라(IGLA)-S 휴대용대공유도로켓. 타스통신
러시아산 무기 주변 범죄단체 유입 우려도

국제사회 일각에선 마두로 정권 붕괴 전후에 러시아산 무기가 주변 무장 단체에 밀매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무기조사기관인 ‘스몰암스서베이’는 콜롬비아와 멕시코의 무장ㆍ범죄 단체들이 이글라-S 같은 베네수엘라 무기를 탐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무장혁명군(FARC)이 정당으로 거듭난 뒤 콜롬비아 최대 좌익 반군 세력으로 떠오른 민족해방군(ELN)과 브라질 최대 범죄 조직인 PCC는 이미 베네수엘라 군부와 상당한 협력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부패한 베네수엘라 군부와 손을 잡고 있는 PCC나 ELN 등으로 이글라-S 같은 베네수엘라 무기가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며 “마두로 정권 붕괴 시 이들 무장 단체는 ‘러시아산 무기 노다지’를 만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 뒤 리비아가 보유하고 있던 무기가 주변 테러 단체로 암암리에 이전됐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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