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 저자 “화류계ㆍ허벅지…”
뒤늦게서야 직원 게시판에 사과
15일 대전 서구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 북 콘서트 ‘박장대소(박영선 장관과 함께하는 대박소통)’. 박영선(오른쪽) 장관과 ‘수축사회’의 저자 홍성국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15일 오전 11시30분 중소벤처기업부의 북 콘서트 ‘박장대소(박영선 장관과 함께하는 대박소통)’가 열린 정부대전청사 대회의실. 점심시간을 맞아 샌드위치를 손에 든 중기부 직원 140여명이 모였다. 이 행사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지난달 취임 때 직원들과 격의 없는 독서 토론을 하겠다며 만든 첫 번째 북 콘서트였다.

박 장관이 직접 추천한 책 ‘수축사회’의 저자 홍성국씨가 강연자로 나섰다. 박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아무리 급해도 ‘장미꽃 향기를 맡을 여유를 가지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며 “바쁜 와중에도 독서를 통해 삶의 지혜를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기부는 앞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이런 북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홍 작가는 이날 전 세계가 팽창사회에서 수축사회로 가는 과정, 한국 경제의 미래, 중기부의 역할 등에 대해 강연했고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박 장관도 직접 단상에 올라 평소 갖고 있던 상생과 공존에 대한 철학을 설명했다.

그런데 강연 도중 부적절한 저자의 발언이 몇 차례 이어졌다. 홍 작가는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에 대해 언급하며 “제가 어젯밤 늦게 대전에 내려와 여기 (대전 서구) 둔산 화류계가 어떤지 좀 봤는데 화류계에 아무것도 없더라”고 했다. 그는 잠시 뒤엔 욕망의 절제에 관해 설명하던 중 “언제까지 밤에 허벅지만 찌를 것이냐”는 말까지 했다.

술자리에서조차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 공개 석상에서 나온 것이다. 더구나 북 콘서트에 참석한 공무원 중 절반 이상은 여성이었다.

점심시간을 쪼개 북 콘서트에 참석한 중기부 직원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강연자의 발언도 부적절했지만 바로 앞에서 이 말을 들은 박 장관의 대처도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사의 강연을 뚝 끊어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북 콘서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선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입장 표명이 나왔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행사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끝났다. 한 중기부 공무원은 “강사가 딱딱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다 그런 것 같다”고 말했지만 “분위기를 밝게 하는데 왜 꼭 ‘화류계’ 나 ‘허벅지’ 같은 단어를 써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결국 행사가 끝난 뒤 중기부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에 대해 작가가 사과의 뜻을 전해왔고, 직원 전산망에 사과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사과 글을 공지하도록 한 건 박 장관의 지시였다고 했다.

박 장관은 방송기자 시절 ‘MBC 첫 여성 특파원’과 ‘MBC 첫 여성 메인 앵커’를 지냈고 국회의원으로 ‘헌정 사상 첫 여성 법제사법위원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첫 여성 원내대표’를 역임했다. 그의 삶은 ‘유리 천장’을 뚫기 위한 치열함의 연속이었다. 박 장관은 중기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야당 의원의 부적절한 질의에 피해를 당한 당사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현장에선 “이번 일에 대해 그의 대처가 좀 더 빨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