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 큰 구도에서는 의견일치를 보이는 듯하면서도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북한 문제 등을 상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지 약 3주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여름 별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회담을 마친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나는 미국과 러시아가 북한 문제에 대해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푸틴 대통령은 (대북 문제에 대해) 미국이 리드할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비핵화를 견인할 방법론에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까지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한 반면, 러시아는 사실상 6자회담을 전제로 하는 국제사회의 안전보장 조치를 강조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은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모든 나라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으며, 성공적인 합의를 위해 북한에 국제사회의 안전보장이 제공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 있었던 최근 회담에서의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대체로 (북한과)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결과에 대해서 “매우 객관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트럼프 행정부 간 어떤 공모도 없었음을 확인시켜 줬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동을 갖고 이란 핵합의 무산 위기와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 시리아 내전 등 국제사회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나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깎아내리려고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경제적 위기와 대규모 시위에 직면한 마두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란 문제에서도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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