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그라스 지역의 ‘갈리마르 향수’ 공장 실험실에 향수 원액을 담은 병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체가 아닌 ‘공간’에 좋은 향을 더하는 산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텔과 같은 숙박업체뿐만 아니라 영화관, 병원, 각종 소매 상점까지 특정 향기를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춰 고객에 소구(訴求)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다.

애초에 좋은 향을 필요로 했던 건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WP에 따르면 2007년 무렵까지만 해도 미국 마이애미주에 위치한 오래된 호텔들은 젖은 수건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와 담배 냄새를 가리기 위해 돈을 주고 향기를 구입했다. 당시 ‘향기 판매’ 아이디어를 떠올린 스펜스 리바이는 아예 회사를 차리고 환기 장치를 이용해 녹차, 레몬그라스 향을 호텔에 뿌려 역한 냄새를 없애줬다.

하지만 요즘 미국의 ‘잘 나가는’ 호텔들은 더 이상 기본 향을 이용한 악취 제거에 만족하지 않는다. ‘바다 유목’ ‘불 붙이지 않은 담배’ 등 각 호텔을 위해 특별 제작한 유일무이한 향을 사용하고 싶어 한다. 투숙객들 역시 인터넷에 ‘내가 묵은 호텔 로비 향이 얼마나 좋은지’에 대해 리뷰를 쓸 정도로 향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제 호텔뿐 아니라 병원, 응급실 등 6,000여곳에 향기를 제공하는 리바이는 WP에 “우리는 고객 업체에 ‘어떤 느낌이나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지, 끌어들이고 싶은 주요 고객층이 누구인지’ 물어 맞춤 향기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종류의 마케팅은 고객을 공간에서 맞이해야 하는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미국 스피닝클럽 ‘소울사이클’의 88개 센터에선 소울사이클만의 자몽 향을 맡을 수 있다. 또 플로리다주에서 열차를 운행하는 브라이트라인사는 새로운 기차역에 ‘승객들에게 활기를 주는’ 특별 제작 향을 배치할 계획이다. 미국 쿠키 가게에선 쿠키 향을, 빵 가게에선 빵 굽는 향을 따로 구입해 상점에 비치할 정도다. 시장조사기관 클라인&컴퍼니에 따르면 향초, 스프레이 등 향기 관련 산업 규모는 2017년 기준 42억달러(약 4조9,900억원)에 달한다.

향기 마케팅이 각광받는 건 실제 냄새가 고객의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후각은 오감 중 유일하게 기본적인 감정ㆍ욕구 등을 관장하는 대뇌의 변연계와 직접 연결돼 있다. 필라델피아모델화학감각연구소에서 후각을 연구하는 파멜라 달턴은 WP에 “우리의 코는 감정으로 연결되는 고속도로나 마찬가지”라며 “어떤 냄새를 맡았을 때 우리의 반응은 ‘이게 무슨 냄새지’가 아닌 해당 냄새에 대한 좋거나 싫은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리바이 역시 “사람들은 이미 너무 많은 시각에 노출돼 있다”며 “향기는 뇌에 각인을 새기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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