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피해여성 빚 1억’ 탕감에 김학의 개입… ‘제3자 뇌물’ 정황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공소시효나 입증의 어려움이 있는 성범죄 관련 혐의는 일단 뺐다. 그럼에도 영장청구서 곳곳에는 ‘강요된 성접대’ 사실들을 적시했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지속적인 성접대를 제공했고, 김 전 차관은 그 대가로 윤씨의 민원을 해결해 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법원에 제출한 영장청구서의 범죄일람에는 여성 이모씨 등의 성접대 내역도 포함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이씨는 검찰에서 2007~2008년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 등에서 주 2~3회씩 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춘천지검장으로 재직하던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100여 차례의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이어 김 전 차관이 받은 성접대를 사건 청탁 등의 대가로 제공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대법원은 성행위는 물론 유사성행위까지 뇌물로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2014년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해 재판에 넘겨진 전모 검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하면서 “뇌물죄는 금전 등 재산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수요ㆍ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ㆍ무형의 이익을 포함하며, 성적 욕구의 충족이라도 달리 볼 것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다만 100여 차례의 성접대를 뇌물 리스트에 올린다 해도 이를 구체적 액수로 추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성행위를 뇌물로 인정한 판례에서도 “성적 이익은 가액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재경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처벌해야 할 성매매에 정해진 가격이 있는 것처럼 기소하거나 판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뇌물죄의 당사자가 아닌 접대 여성이 별도의 이득을 얻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검찰은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건넨 뇌물 1억6,000여만원과 성접대를 포괄일죄(여러 범죄행위를 하나의 죄로 보는 것)로 묶어 영장을 청구했다. 윤씨가 오랜 기간에 걸쳐 김 전 차관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고, 김 전 차관은 윤씨의 민원을 해결해줬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윤씨가 이씨의 빚 1억원을 탕감해 준 것도 김 전 차관이 오랜 기간 이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특수한 관계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보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윤씨는 2007년 1월 이씨가 명품판매점을 운영하도록 보증금 1억원을 제공했지만 이후 자금사정이 나빠지자 되돌려줄 것을 요구하며 이씨를 횡령죄로 고소했다. 이에 이씨는 “윤중천 때문에 온갖 남자들과 잠자리를 했는데 되레 나를 고소했다”며 맞고소를 준비했고, 이를 알게 된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소 취하를 종용했다고 한다. 윤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학의가 200만원을 주면서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1억원을 포기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윤씨가 탕감해 준 1억원에 대해서는 진술뿐 아니라 구체적 문서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횡령 사건 고소를 취하하는 과정에서 ‘5,000만원만 갚으라’고 합의서를 작성했고 이후 이씨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채무 전체를 변제한다’는 각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검찰은 윤씨가 당시 춘천지검장이던 김 전 차관에게 사건 청탁도 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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