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상대 ISD ‘예고편’에서 하나금융 ‘판정승’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기한 14억430만달러(약 1조6,00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에서 하나금융이 전부 승소했다.
15일 하나금융은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이런 내용의 판정문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3심제인 법정 소송과 달리 중재는 단심으로 이번 판정문으로 결과가 확정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상대방이 판정 결과에 반발해 취소 절차를 제기할 수 있으나 받아들여진 적이 거의 없다”며 “전부 승소에 따라 론스타에게 줄 손해배상금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론스타는 2016년 8월 국제중재재판소에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 과정에서 금융당국을 빙자하면서 매각가격을 낮췄다”며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와 하나금융, ICC가 각각 추천한 총 3명의 중재인은 지난달 16일 판정문을 작성해 ICC 판정부에 보냈다.
판정부는 약 3주간 판정문에 하자가 있는지 점검하고서 최근 승인을 마쳤다. 판정문은 각각 다른 나라에 있는 중재인들에게 보내져 서명을 받은 후 청구 당사자인 하나금융과 론스타에 발송됐다.
이 중재 결과는 론스타가 2012년 한국정부를 상대로 낸 5조3,000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결과를 내다보는 예고편 성격이 있다. 론스타는 ISD를 내면서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와 매각시점 지연, 가격인하 압박 등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한국정부에는 ISD를, 하나금융에는 ICC 중재를 청구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ICC 중재에서 먼저 하나금융이 승소하면서 일단 매수 당사자였던 하나금융이 당시에 가격을 깎으려고 금융당국을 빙자했다는 주장은 다소 힘을 잃게 됐다.
ISD 결과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나올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2012년 2월 론스타가 보유했던 외환은행 지분 3억2,904만주(51.02%)를 넘겨받았다. 당시 지불액은 계약금액 3조9,157억원 가운데 국세청이 원천징수하기로 한 세금(3,916억원)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을 담보로 받아간 대출금(1조5,000억원)을 제외한 2조240억원이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