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여당인 자민당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속 정치인과 출마 예정자를 대상으로 입 단속에 나섰다. 불필요한 구설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전 올림픽 담당장관과 차관급인 쓰카다 이치로(塚田一郞) 전 국토교통성 부(副)대신이 지난달 실언으로 잇달아 낙마한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5일 “자민당 유세국이 지난 2~3월 열린 연수회 요지를 A4용지 1장 분량으로 정리한 것을 ‘유세활동 핸드북’에 첨부, 국회의원과 참의원 선거 후보예정자들에게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이 정리한 내용의 첫머리엔 “발언은 잘린다는 것을 의식한다”고 적혀 있다. 전체 발언이 아니라 일부만 발췌돼 알려질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내용이다. 이로 인한 오해를 피하는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쉼표가 이어지는 식으로 주절주절 말하는 것은 (발언이) 잘릴 위험이 늘어난다. 마침표를 의식하고 짧은 문장으로 반복하면 불필요한 표현도 줄어든다”고 했다.
또 “제목으로 사용되기 쉬운 ‘센 단어’에 주의”라는 부분에선 5가지 예시를 들었다. 이에 따르면 △역사인식이나 정치신조에 관한 개인적 견해 △젠더ㆍLGBT(성 소수자)에 대한 개인적 견해 △사고나 재해에 관한 배려가 부족한 발언 △질병이나 고령자에 대한 발언 △가까운 사람과 얘기하는 것처럼 상대 반응을 의식한 잡담 표현이 포함됐다. 역사인식과 관련해선 “사죄도 할 수 없고 장기화 경향(이 있다)”이라는 주석을 달았다. 여기에다 “사적인 모임에서도 참석자 모두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발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무리엔 “약자나 피해자들을 다룰 때에는 보다 배려를 하고 표현에 브레이크를 걸도록 합시다”라며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정중한 내용들이 담겨 있지만, 내용을 본 당 관계자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한편 사쿠라다 전 장관은 지난달 다카하시 히나코(高橋比奈子) 중의원 의원 후원모임에서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부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다카하시 의원”이라는 한 발언이 알려진 직후 사임했다. 쓰카다 전 부대신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지역구 도로사업과 관련해 “내가 손타쿠(忖度ㆍ윗 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했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물러났다. 자민당은 이들의 실언 이후 치러진 오사카(大阪)과 오키나와(沖縄)에서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패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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