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사 “요금 인상 불가피”
전국 버스 노사 속속 협상 타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불붙은 버스사태가 요금 인상의 불을 댕겼다. 버스 노사의 임금 협상이 재원확보 문제로 난항을 거듭하면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해결책으로 요금 인상을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요금 인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애꿎은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 가중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지사는 예고된 버스 파업을 하루 앞둔 14일 이번 경기지역 버스 파업 사태를 막기 위한 해법으로 “버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긴급 버스파업 대책 논의를 갖은 자리에서 버스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안 등과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지사는 “도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후속 대책들을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발 여론을 의식, 경기지역의 단독 요금 인상은 어렵다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 지사의 발표로 경기 버스요금은 준비 과정을 거쳐 9월쯤 200원 오를 전망이다. 경기도는 그간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 등에 따른 회사 측 재원 확보 방안으로 요금 200원 인상 검토를 해왔다.
벼랑 끝으로 치닫던 경기 버스노사의 협상은 일단 돌파구를 찾게 됐다. 경기 15개 버스노사는 이날 오후 10시 수원시 장안구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최종(2차) 조정회의에 들어간다. 난항이 예상되던 협상 상황이 급 반전되면서 현재 분위기는 대체로 낙관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버스 업체의 재정 확보 차원에서 요금 인상을 발표한데다 대구와 인천에서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만큼 경기지역도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위성수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정책부장은 “이 지사의 요금 인상을 발표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수용해 임금 인상을 결정한 것이 아닌 만큼 본 협상에서 들어가봐야 결과를 낼 것 같다”라고 말했다.
파업결의에 나선 각 지역 버스 노조도 잇따라 협상 타결 소식을 내놓고 있다.
전날 대구 버스노조가 사측과 임금인상(시급 4%) 등에 합의하면서 파업을 철회했고, 인천지역 시내버스 노사도 이날 임금 인상률(3년간 20%) 등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파업 위기에서 벗어났다.
인천시는 이번 임금 인상에 따라 올해 준공영제 예산이 170억원 늘어난 1,271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 시내버스 노조도 사용자측과의 협상에서 잠정 타결을 이뤄 내일 예정된 총파업 참여를 철회했다. 광주 시내버스 노사는 임금인상 4%, 대전 시내버스와의 임금 격차분 16만원 중 8만원 보전, 후생 복지금 3억원 지급 등을 합의했다.
전남 각 시군버스 노사도 속속 임단협에 합의하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협상이 타결된 곳은 목포, 여수, 담양, 구례, 화순, 강진, 영암, 함평, 영광, 장성 등 지역 총 13곳 시군버스 노사다.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곳은 순천 2곳, 광양, 고흥, 무안 1곳 등 총 5곳이다.
협상 타결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전국 규모의 버스 파업은 모면한 셈이다.
그러나 아직 서울과 부산 등은 오후 6시 현재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버스 대란 우려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만 서울지역도 주변 상황이 급변화면서 협상 분위기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역 역시 쟁점은 임금인상이다. 임금 인상을 강행 할 경우 회사 측의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인 셈이다. 서울 등 버스 노조 대부분은 핵심 요구사항으로 5∼20%대의 임금 인상과 52시간제 따른 근무시간 단축, 인원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인건비 부담에 따른 경영 부담을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버스 노조는 이날 오후 3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측인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과 2차 조정 회의를 하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만일의 파업 사태에 대비, 교통 수단을 총 동원하는 비상수송대책반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사시에는 자치구 및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로 비상수송대책을 전력 추진해 파업으로 인한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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