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협상 난항에 전격 은퇴 선언… “오래 응원해준 KCC 팬에 감사”
현역 은퇴를 선언한 하승진. KBL 제공

한국 농구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밟았던 키 221㎝의 최장신 센터 하승진(34)이 원 소속 팀 전주 KCC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 협상에서 온도 차를 줄이지 못하고 은퇴를 선언했다.

하승진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CC에 입단을 하고 11년째가 됐다. 항상 5월과 6월이 되면 연봉협상과 자유계약으로 가장 예민한 시기였다. 이번 1차 FA 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던 보름이었다”면서 “거두절미하고 이제 은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연봉 5억원을 받았던 하승진은 KCC와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하승진은 “팀에선 ‘재계약 의사가 없으니 FA 시장에 나가보라’는 말을 힘들게 꺼냈다. 그 짧은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보상 선수도 걸려 있고, 금액적인 보상도 해야 하는 나를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KCC 유니폼 말고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잘할 수 있을까’ ‘말년에 이 팀, 저 팀 떠돌다 더 초라해지는 거 아닌가’ 등의 고민을 해보니 전부 다 힘들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삼일상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1학년을 마친 뒤 2004년 NBA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46번으로 포틀랜드 트레이블레이저스의 부름을 받고 꿈의 무대를 밟은 하승진은 2시즌 동안 46경기에서 평균 6분9초를 뛰며 1.5점 1.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후 미국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2008년 KBL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1순위로 KCC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 첫해였던 2008~09시즌과 세 번째 시즌인 2010~11시즌 KCC를 정상에 올려놓은 하승진은 9시즌 동안 347경기에 나가 평균 11.6점 8.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국가대표로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과 200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승진. KBL 제공

하승진은 “11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이 팀을 떠나자니 아쉬운 마음이 무척 큰 게 사실”이라며 “신인 때와 3년 차 때 우승을 하고 그 이후 우승과 거리가 멀어 마음의 짐이 꽤나 무거웠다”고 전했다. 이어 “스물 네 살 청년이 11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며 한 여자의 남편이 됐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이 팀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구단과 팬 여러분 덕분”이라고 고마워했다.

마지막으로 하승진은 “KCC에서 몸과 마음, 열정을 불태웠던 선수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며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주위를 둘러보며 살아가겠다. 제 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작 인생의 3분의 1이 지나간 것일 뿐, 넓은 세상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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