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한국당이 국회 점거 등 사과해야”… 나 원내대표 “또 싸우자는 거냐” 발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정국에 대한 ‘사과 공방’으로 설전을 벌였다. 그동안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해 온 이 대표가 한국당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자, 나 원내대표는 반발하며 ‘집권여당 책임론’으로 맞불을 놨다. 최근 국회 정상화를 위한 노력으로 모처럼 살아난 대화의 불씨가 ‘이해찬-나경원 설전’으로 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철회와 사과 요구에 대해 “오히려 거꾸로 된 것 아니냐. 국회를 점거하고 의원을 감금한 걸 사과해야 한다”며 “한국당이 먼저 정중하게 사과하는 게 국회 정상화의 올바른 절차”라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와는 별개로 폭력국회 사태를 일으킨 한국당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라며 한국당을 비판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야당한테 협조할 건 협조해 달라고 한 거지만, 최근 듣기 거북할 정도의 언행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에 이어 이 대표까지 한국당 비판에 가세하며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야당이 요구하는 ‘원포인트 개헌 논의’에 대해서도 “국회 정상화를 위해 개헌을 논의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사실상 개헌 논의를 요구한 한국당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대표는 “더 말씀 드리면 오히려 (한국당의) 국회 복귀에 지장이 될 것 같아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수위 조절을 하기도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 취임 이후 국회 정상화에 노력하는 정치권의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저녁 ‘짜장면 회동’을 갖고 정국 해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동생이라 먼저 ‘저녁을 빨리 사주시라’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두 사람의 첫 상견례 자리에서 나 원내대표는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첫 저녁식사 비용은 약속대로 나 원내대표가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나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사과 발언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발끈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대표 기자간담회 직후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또 처음부터 싸우자는 거냐”며 “물리력 부분을 떠나서라도 여당이라면 일방적인 패스트트랙 추진으로 국회를 파탄 낸 데 대해 사과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문 대통령이야말로 취임 뒤 2년 동안 과거 들추기와 역사 왜곡, 전임 정권 복수 등 가장 과거에 집착하고, 북한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정치를 했다”고 역공을 폈다. 이어 “내 편, 네 편으로 국민을 갈라치는 문 정권이야말로 대립과 혐오의 정치, 반목과 분열의 정치 주범”이라고 맹폭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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