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0대 4명에 상해치사죄 적용
장기 징역 7년~단기 1년6월 선고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폭행을 당하다 추락해 숨진 중학생이 고의로 투신한 게 아니라 탈출을 시도하다 중심을 잃고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피해 중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0대 피고인 4명의 형량은 죄를 인정했는지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 표극창)는 1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14)군과 B(16)양 등 10대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상해치사죄를 인정한 A군과 B양에게는 각각 장기 징역 3년~단기 징역 1년6월, 장기 4년~단기 2년이 선고됐다. 반면 “폭행 행위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고 사망 예견 가능성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한 C(14)군 등 다른 2명은 각각 장기 7년∼단기 4년, 장기 6년∼단기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제2의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피고인들에게 죄책에 상응하는 형벌을 가함이 타당하다”라며 “다만 범행을 자백하거나 기본적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만 14세에서 16세 사이 소년이라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D(14)군이 집단폭행으로 성인도 견디기 어려운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이를 피하기 위해 무모한 탈출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실족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과 검찰 수사 기록에 따르면 사건 현장인 아파트 옥상에는 120㎝ 높이 담과 함께 담 바깥 쪽 3m 아래에 청소년 3, 4명이 서있을 정도 크기의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었고 실외기 위에는 피해자 양 발 신발 자국이 찍혀 있었다.
재판부는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는 폭행을 피할 다른 방법이 없는 상태에서 담에 매달렸다가 에어컨 실외기 위로 뛰어 내리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된다”라며 “피해자가 폭행과정에서 옥상 담 위로 다리를 올리면서 떨어질 것처럼 행동함을 목격한 피고인들로서는 담을 넘어 탈출을 시도할 경우 실족해 사망할 수 있다는 예견도 가능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4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인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D군을 78분간 집단폭행, 떨어져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D군 입과 몸에 가래침을 뱉고 바지를 벗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 당시 “D군이 A군 아버지 얼굴에 대해 험담하고 우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화가 나 때렸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D군이 숨진 직후 “도망가면 의심을 받으니 자살하려고 뛰어내린 것으로 입을 맞추자”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앞서 3월 2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소년법이 정한 법정 최고형인 장기 징역 10년과 단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소년법은 2년 이상 유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게 장기와 단기로 형기의 상ㆍ하한을 둔 부정기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다만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할 수 없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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