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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청년 장관이 나오면, 청년 삶이 나아질까

입력
2019.05.15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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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향 집에 내려가 청소를 하던 어느 오후. 언제나처럼 거실 TV에서 뉴스 채널을 틀어 놓았습니다. 평소 어머니 혼자 계시니 영 적막해 습관적으로 틀어 놓기에, 태반은 흘려버리는 게 일상인데, 그날따라 시선을 잡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靑, 청년 장관 만든다’는 헤드라인이었지요. 청소기를 잠시 멈추었습니다.

물론 실제 보도된 내용은 조금 달랐습니다. 장관까지도 건의가 된 적이 있으나, 현재로서는 청와대 1급 비서관 신설, 국무총리실 직속 ‘청년정책위원회’ 구성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었지요. 자세한 사항을 전하며 뉴스 말미에는 2030세대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고심의 결과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1급 비서관이라는 ‘고위직’에 34세 미만의 청년을 발탁한다는 것은 파격적이지만, 사실 청년 정책에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도는 처음은 아닙니다. 올해 초에 서울시는 청년 자치 정부를 만들어, 서울시 예산 중 500억원에 대한 자율편성권을 가진 1,000여명 규모의 청년시민의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충청북도에서는 청년광장이라는 이름으로 당사자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고 있고, 경상남도에서는 경남청년정책네트워크가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것들과 이번 뉴스는 상당히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것들이 숙의를 기반으로 한 다수 청년의 ‘협의체’를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한 명의 ‘파격 인사’가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점이지요. 물론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는 청년이 다수 참여한 협의체이겠지만, 대부분의 관심은 한 명의 ‘1급 비서관’에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쟨 누굴까? 왜 발탁되었을까? 바로 이 지점이 납득되지 않으면 청년들의 마음은 예상과 달리, 더욱 냉정히 돌아설 여지가 있습니다. 왜일까요?

최근의 큰 흐름과는 반대로 한쪽에서는 ‘청년 정책’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오히려 독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청년이라는 것은 단지 생애 주기가 비슷한 사람들의 총합일 뿐인데 학력, 지역, 성적 지향성, 직업에 따른 다양한 정체성을 오히려 연령대 하나로 뭉쳐버리고 있다는 이유이지요. 같은 나이대라는 점을 빼면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인 이들을 누가 어떻게, 전체를 아우르는 정책을 제언할 수 있냐는 겁니다. 이 주장에 기반한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적합할까요?

대한민국 평균값의 청년? 그건 아닐 겁니다. 당사자성 하나만으로는 생생한 경험은 있되, 넓은 통찰은 없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대표자성을 띠어야 할까요? 그도 아닐 겁니다. ‘대표자성’이라는 말 자체가 상당히 모호하며, 경우에 따라 동 세대의 거부감이 더 클지 모르니까요. 상술한 의문들이 납득되지 않는다면, 인선 발표 후 청년들은 단지 같은 청년이라는 이유로 응원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가장 냉엄한 비판자가 될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청년들은 세대 간 갈등 이상으로 세대 내 갈등에 지쳐버린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살아가기는 어려웠지만, 내일의 성장 가능성이 존재했던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의 오늘날. 달라진 환경에 맞추어 달라질 삶의 방식을 규정해 나가는 데에 당사자의 시선은 분명히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시도들이 반갑고, 부디 순기능으로 제대로 기능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나타난 ‘그 청년’이 부디 정당의 활동 내역이나, 기존의 커리어에 의해 발탁되는 존재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이라는 단어 속에도 다양한 정체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귀 기울여 왔으며, 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누군가가 우리를 대변해 주길 바랍니다. 그 청년 한 명에게만 일생일대의 좋은 취업으로 끝나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장재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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