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함 캐나다, 호주, 독일, 스페인 등 105개국에서 10대 학생들이 정부에 기후변화의 안일한 대응과 적극적 정책 변화를 촉구하는 '등교거부'시위에 나섰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서울, 홍콩이고, 아래줄 왼쪽부터 호주 시드니와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시위 중인 학생들의 모습. 연합뉴스

스승이라는 말엔 특별한 존경의 의미가 있다. 교사나 교수가 아니더라도 특별한 가르침을 준 사람을 인생의 스승이라고 한다. 스승은 닮고 싶은 사람이자, 젊은이에게는 미래상이다. 스승과 반대인 어른을 흔히 ‘꼰대’라고 부른다.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이 있는 5월, 어른들이라면 한번 쯤 고민해 볼 것이다. 나는 멘토일까, 꼰대일까?

지금 초등학생 중 65%는 지금은 없는 새로운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고 한다. 2030년까지 현재 직업 중 85%가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제 어른들은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가 아니다. 아이들이 닮고 싶은 어른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반면 고령사회가 되면서 어른들의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그만큼 꼰대들이 늘어날 확률이 커진다. 내가 꼰대일 가능성도 커진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자기는 하지 않으면서, 어린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꼰대의 길은 쉽지만, 멘토의 길은 어렵다. 꼰대들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학생들의 기후변화 시위는 기성세대 전체를 꼰대라고 비난한다. “꼰대들아, 우리들의 미래를 망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들 욕심 때문에 인류가 멸종을 당하게 될 수도 있으니,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시위다.

기후시위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던 사건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라는 학생의 1인 시위다. 학교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배우면서 그레타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선생님은 당장 기후를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인류가 조만간 파국적인 상황에 빠진다고 했다. 그런데 어른들과 정치인들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2018년 여름 북유럽에는 유례없는 폭염이 닥쳤고 그의 분노는 커졌다. 그는 학교를 등교하는 대신 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정치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스웨덴의 기후는 왜 계속 나빠지는 거죠? 제발 우리 미래를 망치지 마세요.” 그는 총선 기간 내내 1인 시위를 계속했다. 선거 후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시위를 이어 갔다. 그의 행동에 주목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등교 거부 시위는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지난 3월에는 105개국의 1,659개 도시에서 수만 명이 동시에 기후시위를 벌였다. 최근 영국에서 열흘 이상 계속되었던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 시위에서는 경찰과 충돌하여 1,000여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들은 2025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이를 감독할 시민의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협의체(IPCC)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제시한 목표가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제로로 하는 것인데, 학생들은 훨씬 더 적극적인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변화 시위는 학생들이 주도하고 참여자도 10대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그들은 기후변화의 가장 절박한 이해 당사자들이다. 기후시위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어떤 정치인은 “학생이 할 일은 시위가 아니라 공부하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열심히 공부해서 기후학자가 되라”고 충고했다. 물론 그레타의 1인 시위를 조용히 함께하며 지지했던 교사들도 있다.

스승의 날, 우리의 미래를 망치지 말고, 당장 행동하라는 학생들의 시위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자. 어른들의 꼰대 짓이 기후변화 문제 뿐이랴. 지금 청년들은 부모들보다 못사는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 스승과 제자가 경쟁하는 세상이 왔다. 어른들의 욕심이 아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당황스러운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 청년은 줄고 어른의 숫자는 점점 늘고 있다. 다음 세대를 망치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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