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회의서 “초심ㆍ열정” 줄곧 강조… 노영민 “국론 분열 맞서 뚜벅뚜벅 걸어 나가야”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공직사회에 초심과 열정을 강조하면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드는 만큼 공직사회가 기강 해이와 안일을 경계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야 한다며 분위기를 다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토로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공직사회가 흔들리자 문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정부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세로 다시금 각오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며 “모든 공직자들이 열심히 잘해 줬지만 지금까지의 노력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큰 틀을 바꾸고,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며 “이제는 정책이 국민의 삶 속으로 녹아 들어가 내 삶이 나아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적 성과를 내보여야 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부터 시작해 모든 공직자들이 정부 출범 당시의 초심과 열정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당정청 회의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이 직접 관료사회의 변화를 촉구하며 지원 사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날 회의는 내부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모든 직원들에게도 생중계됐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와 12월 31일에 이어 세 번째다. 주로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할 메시지가 있을 때 영상 회의를 진행한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바통을 이어 받아 청와대 직원들에게 대통령 메시지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노 실장은 직원들에 보낸 이메일에 “임중도원(任重道遠). 책임은 무겁고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고 적었다. 그는 “아직까지 냉전 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색깔론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며 문 대통령의 회의 발언과 궤를 같이 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솔선수범해 혁신의 고삐를 바짝 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실장은 또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맞서 역사는 후퇴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국민통합과 민생안정을 위해 뚜벅뚜벅 당당히 걸어 나가야 할 것”이라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변화와 개혁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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