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1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사건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다만 김학의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김 전 차관에게 적용한 혐의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 성범죄 의혹이 아닌 뇌물이란 점에서 영장발부 여부는 물론, 수사의 성패도 장담키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뇌물 혐의의 상당 부분이 제3자 뇌물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히고 있다.

김 전 차관이 받았다는 뇌물 규모는 1억6,000만원. 검찰 고위직 공무원 신분인데다 수뢰액이 1억원을 넘기면서 특가법이 적용됐다. 이 가운데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사업가 최모씨에게 직접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뇌물은 각각 3,000만원씩 6,000만원. 여기에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윤씨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부분도 '액수가 특정이 안 되는 뇌물'로 적시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하지 못했지만,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문제는 남는 1억원의 성격이다. 김 전 차관이 2008년 초 성폭력 피해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한 뒤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1억원을 포기토록 한 행위를 제3자뇌물에 해당한다고 검찰이 판단한 것이다. 윤씨와 최씨로부터 받았다는 6,000만원은 공여자의 진술과 이를 입증하는 정황 증거들이 있지만 1억원은 김 전 차관이 직접 받은 것이 아니라서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법조계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다수다. 제3자 뇌물죄 적용의 형식적 요건은 갖췄으나, 입증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형법 130조에 명시된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되려면 뇌물의 액수와 성격이 법적으로 명확해야 한다. 그러나 수사단은 윤씨가 2008년 2월 성폭력 피해 여성 이씨에게 1억원의 보증금을 탕감해 줄 때 각서나 계약서 등 객관적 물증이 될 만한 문서를 주고받았는지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채무 탕감이 제3자 뇌물로 적용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며 "관련 서류가 없다면 사건 관련자들이 '1억원은 변제된 게 아니라 아직 남은 것'이라고도 주장할 수 있어 법률적으로 애매한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3자 뇌물을 적용할 때도 반대 급부로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하는데 이 또한 입증이 쉽지 않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의 부탁을 받고 1억원의 채무를 탕감해 줄 당시 "향후 나와 관련된 형사 사건을 더 잘 처리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춘천지검장이던 김 전 차관의 직무와 윤씨의 형사 사건의 직접 연관성은 드러난 게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단순히 김 전 차관이 법률적 자문을 하고 윤씨가 막연한 기대를 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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