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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영등포역 3층에 탁 트인 도서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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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에게 듣는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영등포역 3층에 탁 트인 도서관 만들 것”

입력
2019.05.14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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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벤트홀 기부채납 받고 버려진 주택ㆍ목욕탕 등 활용

18개 동 전부에 마을도서관 설립…책 보고 대화 나누는 사랑방으로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50년 숙원이던 영등포역 앞 노점을 철거한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은 소통과 상생, 협치의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노점상 거리를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탁트인 거리로 돌려드렸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채현일 서울 영등포구청장은 “50년 숙원이던 영등포역 앞 노점을 철거한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은 소통과 상생, 협치의 모범사례로 남을 것”이라며 “노점상 거리를 주민들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탁트인 거리로 돌려드렸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홍윤기 인턴기자

‘서울에서 가장 젊은 구청장’ 채현일(49) 서울 영등포구청장의 ‘소통’ 행보가 거침없다. 50년 숙원사업이던 영등포역 앞 노점상을 이해 당사자들과의 꾸준한 소통을 통해 두 시간 만에 철거하더니, 영등포로터리 고가도로를 없애 ‘탁트인 영등포’를 만들겠단다. 과거 서울 ‘서남권 종가댁’ 영등포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그는 올해를 영등포 도약의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책으로 탁트인 영등포’를 구상 중이다. 관내 18개동에 마을도서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말 영업기한이 만료돼 재입찰에 들어가는 영등포역사에도 마을도서관을 조성할 생각이다. 채 구청장은 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영등포역사 3층 이벤트홀 자리를 기부채납 받아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엄숙한 도서관이 아니라 대형서점처럼 사람도 만나고, 책도 보고, 쉴 수 있는 도서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채 구청장과의 일문일답이다.

-40년 넘게 숙원사업이던 영등포역 앞 노점상을 최근 모두 철거했다.

“무엇보다 구민 안전이 우선이다. 지난 50년간 어린이, 여성, 노약자 등 많은 주민들이 노점상들이 차지했던 영중로 통행에 불편을 호소했다. 심지어 안전까지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영등포하면 노점상이라 할 정도로 답답하고 쇠락한 부정적 이미지로 고착화되는 것도 문제였다. 지난해 취임 이후 광화문1번가와 비슷한 컨셉트로 만든 영등포신문고에서 정책 제안을 받았다. 첫 번째 청원이 영등포역 앞 노점상 정비였다. 그때 구민들과 약속한 이후 8개월 동안 밤낮없이 현장에서 대화하고, 설득하고, 싸우면서 신뢰를 쌓았다. 그 결과 3월 25일 두 시간 만에 아무런 충돌 없이 철거가 끝났다. 다만 노점상에겐 생존이 달린 문제였다. 재산조회를 거쳐 40년 넘게 노점을 한 노부부 등 30명을 최종 선정해 생계형 ‘거리가게’를 마련했다. 7월부터 바뀐 영중로에 깜짝 놀라실 거다.”

-영등포로터리 고가차도가 철거되면 앞으로 이 지역은 어떻게 변화하나.

“영등포 중심은 영등포역 주변이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로 건너가는 길목의 고가차도는 한강 북쪽과 이남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다. 서울에서 교통량이 가장 많으면서 교통사고도 가장 많은 곳이다. 차량 동선이 복잡하고 위험한데다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지역 단절을 야기한다. 고가 철거는 ‘탁트인 영등포’를 상징한다. 그 공간에 문화와 예술이 담기는 녹지공간과 영등포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현재 고가 철거를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르면 내년 말 철거가 시작된다.”

-쇠락했던 골목을 다시 재생시킨 문래동창작촌이 서울의 도시재생 대표 명소로 자리잡았다.

“영등포역 앞 경인로와 문래동을 중심으로 퓨처밸리를 조성해 이 일대를 4차산업의 전진기지로 키울 생각이다. 구도심인 영등포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예 헐고 다시 짓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존의 것을 고쳐 다시 쓰는 도시재생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밀가루 공장이 있던 대선제분 부지는 서울시 최초로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착공 준비 중으로 내년 상반기 1차 리모델링이 끝나 전시ㆍ공연 공간과 카페, 상점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단장할 예정이다. 타임스퀘어 뒤편 GS주차장 부지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으로 지상 20층 규모의 청년희망복합타운도 조성한다.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청년창업가를 지원ㆍ육성하는 거점이 될 것이다.”

-여의도에는 40년 넘은 아파트들이 많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ㆍ용산 통개발 발언 이후 재건축은 올스톱됐는데.

“정치ㆍ경제의 중심지인 여의도에는 이제 변화와 도약의 모멘텀이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인식과 방향은 시와 구가 공유하고 있다. 시범아파트를 시작으로 생긴 아파트 단지가 40~50년이 되간다. 건물 구조학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속도와 시기의 문제인데 시가 이러한 방향성 아래 차근히 준비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구도 적극적으로 발맞춰나갈 생각이다. 구에서도 미래비전추진단 내 국제금융특구팀을 신설해 여의도를 아시아의 국제금융중심지로 재도약시키기 위한 장단기 목표와 전략을 수립 중이다. 국회의사당 전면 최고고도 규제 완화를 추진해 서여의도 지역에 보다 많은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도서관과 도시재생을 연계시키는 데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18개 모든 동에 마을도서관을 지으려고 고민 중이다. 공부만 하고 책장도 조용히 넘기는 기존 도서관에서 탈피해 주민들의 사랑방 공간으로, 한쪽에선 책을 읽고, 대화도 나누는 그런 마을도서관을 구상 중이다. 옛 철물공장 자리에 식당이나 카페가 들어온 문래동처럼 그런 공간을 매입해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하면 어떨까 싶다. 주택가의 버려진 다세대 주택이나 동네 중심의 대중목욕탕에도 도서관을 지을 수 있겠다. 서구 보면 기존 건물을 최대한 살려 벽에 100년 전 벽돌이 남아있듯 도시재생 차원에서 마을도서관이나 마을커뮤니티 등을 만들 생각이다. 마천루를 지어야 할 곳도 있지만 동네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재생도 필요하다. 생활형 도시재생을 계속 주문하고 있다. 가을 추경 때 예산 잡아서 진행하려고 한다.”

진행=한창만 지역사회부장

정리=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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