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슈만은 정말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어요. 작곡도 많이 했는데, 아쉽게도 그의 작품 중에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이 거의 없죠. 클라라가 있었기에 로베르트 슈만과 브람스의 곡들이 탄생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재능 있는 음악가였다는 사실이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가 슈만(1810~1856)의 아내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이름, 클라라 슈만(1819~1896). 후배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에게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의 이름이기도 했다. 슈만을 사랑한 클라라와 클라라를 사랑한 브람스의 사연은 음악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전해 내려온다.
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0)의 연주에 실려 무대 위에 되살아난다. 선우예권은 16일 울산을 시작으로 6월 1일 서울까지 10개 도시를 순회하는 독주회 ‘나의 클라라’를 연다. 13일 서울 신사동 복합문화공간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선우예권은 “살아가면서 삶의 공허함을 느끼는 분들도 이번 공연을 통해 마음 안에 무언가 충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클라라 슈만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된 해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독주회 제목을 지었다. 클라라 슈만의 야상곡 바장조과 슈만의 환상곡 다장조,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등 선곡도 직접 했다. “클라라의 곡이 슈만에게 영감을 줬다는 문헌이 남아 있는 건 아니지만, 전체적 화성이나 도입 부분의 멜로디가 비슷해요. 브람스 3번과 슈만의 곡에도 공통점이 있어요. 브람스는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슈만의 곡은 베토벤 기념비 건립 후원을 위해 쓰였죠.” 독일 베를린에 거주 중인 선우예권은 그래서인지 19세기 독일에서 활동한 세 음악가의 음악이 더 와 닿는다고 했다.
독주회를 앞두고 선우예권에게 연주 제안을 한 국내 공연장은 약 50곳. 전국 공연장 대다수가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얘기다. 2017년 미국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은 선우예권이라는 이름을 더욱 빛나게 했다. 그러나 그는 공연 홍보 과정에서 ‘콩쿠르 우승자’라는 표현이 부각되지 않게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정말 감사하고 값진 타이틀이지만, 저 스스로 음악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느낀 것 같아요. 음악가로서 더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기도 했고요.”
선우예권의 협연 일정은 2021년까지 짜여 있다. 그는 “매번 불씨가 타오르는 감정을 가지고 평생 뜨겁게 연주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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